다시봄날편지149

2023.9.14 쉴리 프뤼돔 <금간꽃병>

by 박모니카

우리나라의 국민배우 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아마도 첫 번째 자리에 드라마 <전원일기>의 ’김혜자‘씨가 아닐까 합니다. 어젠 우연히 전원일기에 나왔던 배우들에 대한 수다가 있었는데요, 쌍벽을 이루는 군산출생 김수미씨 얘기도 있었죠. 말랭이마을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해서 김수미길과 집(모형)도 있어요. 책방에 와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묻습니다. 어쨌든 유명인이 살았던 곳이라 말랭이마을을 홍보하는 데도 그녀의 이름이 한몫하지요. ^^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김혜자라는 배우입니다. 20년이 넘도록 드라마<전원일기>에서 김회장댁의 안주인역할을 하며 국민배우로 깊이 자리 잡았지만, 그녀의 또 다른 모습은 봉사자로서의 모습입니다. 봉사하는 모습을 여배우 오드리햅번과 비유하는 사람도 많지만 우리의 김혜자(82세)씨는 고령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배우입니다. 처음으로 출연한 어느 오락프로그램에서 예전의 동료들을 만나는 장면을 보았는데요, 그녀의 언행에 드러나는 고상한 품위는 현장 분위기를 한 번에 압도하는 힘을 가진 듯 했습니다. 옆에 있던 김수미가 말했죠. ’언니, 이 시를 참 좋아했었는데요..‘라며 운을 떼자 김혜자씨는 단번에 시 한편을 암송했습니다. 평생 대본을 암송하는 직업인이었지만 한순간에 자기의 애송시를 낭송하며 그녀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 아무나 하는 일은 아니기에 더욱더 대단해 보였답니다. 아름답게 늙어가는 모습의 비결을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타고난 내적 외적 아름다운 모습으로 세상의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실천한 그녀, 긴 투병 후 다시 방송에 모습을 보여준 그녀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오늘은 그녀가 암송한 시, 쉴리 프뤼돔의 <금간 꽃병>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금간꽃병 - 쉴리 프뤼돔(Sully Prudhomme, 1839-1907, 프랑스시인, 최초의 노밸문학상)


이 마편초꽃이 시든 꽃병은

부채가 닿아 금이 간 것

살짝 스쳤을 뿐이겠지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으니

하지만 가벼운 상처는

하루하루 수정을 좀먹어 들어

보이지는 않으나 어김없는 발걸음으로

차근차근 그 둘레를 돌아갔다

맑은 물은 방울방을 새어 나오고

꽃들의 향기는 말라 들었다


손대지 말라 금이 갔으니

곱다고 쓰다듬는 손도 때론 이런 것

남의 마음을 스쳐 상처를 준다

그러면 마음은 절로 금이 가

사랑의 꽃은 말라죽는다

사람들의 눈에는 여전히 온전하나

마음은 작고도 깊은 상처에 혼자 흐느껴 운다

금이 갔으니 손대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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