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놀수 있는 것도 재주랍니다. 9월에서 10월로 건너가는 다리 위에서 좋은 풍경과 좋은 사람들과 잘 놀고 있을까요. 멀리 떠난 여행은 아닐지라도 하루하루 다른 모습을 잘 섞어서 의미있게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도 벗들과 예약된 짧은 여행이 있구요. 철학자 칸트가 제시했다는 여행의 모습에서 제1단계는 ‘내가 무언가를 보는 능동자의 모습이 아니라 무언가에 의해 보여지는 수동자의 모습’이라고 하네요. 적어도 그 모습으로 보여지는 시간은 사절하고 색다른 욕심을 가지고 떠나고 싶군요. 어제도 책방 둘레길을 좀 걸었는데요, 마치 가을 숲 문을 열고 밀고 들어가듯이 한발한발 걸었습니다. 기껏해야 3000보 정도의 짧은 거리였지만 그 속에는 가을바람, 가을 나뭇잎, 가을 새, 가을 하늘, 가을 구름, 가을사람이 가득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새로운 꽃 무리가 보여서 다가가니 보라색 꽃(쑥부쟁이인지, 벌개미취인지?)을 무더기로 심었더군요. 한 시절일지라도 저보다 훨씬 더 가을을 만끽하네요. 자유로이 팔 벌리고 흔들리며 웃고 있는 보라쟁이들이 부러웠습니다. 꽃들이야말로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세상 이야기를 듣고 있겠지요. 사진이라도 찍으면서 잊지 말라고 제 냄새도 남겨놓고 왔어요. 돌아와서 쑥부쟁이를 노래한 시인은 누가 있을까 하고 찾아보기도 하고, 곧 출간할 지인의 글을 다시 읽어보며 공감의 리듬을 타기도 하고, 가을향기를 풍겨주는 피아노 연주 들으며 글 한두 개 쓰다보니 밤이 깊었더군요. 핸폰과의 거리를 멀리할수록 마음이 맑아지는 밤이었습니다. 요즘은 늦어진 일출, 빨라진 일몰덕분에 밝은 풍경을 담으려면 부지런해야 되지요. 오늘도 좀 부지런하게 움직여 마지막 연휴, 멋진 풍경을 담아두겠습니다. 김추인시인의 <쑥부쟁이의 천년 가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