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174

2023.10.9 김소월 <가을 아침에>

by 박모니카

연일 전국 각 지역에서 가을축제로 출렁거리네요. 저도 군산온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연 이틀 축제 현장에 가서 지인들이 참여하는 행사에 얼굴을 내밀고 즐겼습니다. 말랭이에 오기 전에는 사람많은 군중 속에 있는 것은 무조건 머리 아픈 일이었는데, 그런 심경변화도 나이탓으로 돌려지네요. 하여튼 어제 ‘군산항 밤부두 콩쿠루’라는 경연대회를 구경하면서 군산에 바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노래와 극의 형태로 전해 받았습니다. 시낭송을 하는 지인들이 이 대회에 참여하여 본선무대경연을 했지요. 오늘은 한글날입니다. 달력에 있는 많은 빨간 날들이 어느 순간부터 오로지 하나의 용어 ‘쉬는 날’이라는 개념으로 통칭됩니다. 그러나 글을 쓰는 저로서는 이 한글날만큼은 깊은 의미를 넣고 싶지요. 무조건 한글을 독창적이라고 하는게 아니랍니다. 한글은 한자로 표현할 수 없는 개 짖는 소리, 바람 부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까지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전 세계 유일한 글자라고 합니다. 한글은 ‘큰 글’을 뜻하고, 넓게는 ‘하나밖에 없는, 으뜸가는 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아시다시피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의 훈민정음.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상을 없애고, 광화문에 세워져 있는 세종대왕상까지도 뭐라뭐라 운운하는 현 정부의 작태를 보면서, 이러다가 우리 글 한글도 없애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불쑥 올라오기도 합니다. 설마 그럴까 싶다가도, 설마가 진짜네 하는 경우의 수가 점점 늘어나는 시국. 어쨌든 오늘은 한글날입니다. 고운 말과 뜻 있는 글 하나라도 마음에 새기며 오늘을 만들어 가보시게요. 김소월의 <가을 아침에>를 읽으시며 낯선 시어의 뜻도 생각해보세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가을 아침에 – 김소월


어둑한 퍼스렷한 하늘 아래서

회색의 지붕들은 번쩍거리며

성깃한 섭나무의 드문 수풀을

바람은 오다가다 울며 만날 때

보일락말락하는 멧골에서는

안개가 어스러히 흘러쌓여라.

아아 이는 찬비 온 새벽이러라.

냇물도 잎새 아래 얼어붙누나.

눈물에 쌓여오는 모든 기억은

피흘린 상처조차 아직 새로운

가주난 아기같이 울며 서두는

내 영을 에워싸고 속살거려라

그대의 가슴속이 가비엽든 날

그리운 그 한때는 언제였었노!

아아 어루만지는 고흔 그 소리

쓰라린 가슴에서 속살거리는

미움도 부끄럼도 잊는 소리에

끝없이 하염없이 나는 울어라.

참고> 가주난:갖난 / 퍼스렷한: 약간 푸른 빛의 띤 / 가비엽든:가볍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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