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176

2023.10.11 김남조 <너를 위하여>

by 박모니카

사랑의 시인이라는 별칭을 가진 김남조 시인이 별세했습니다. 한국 여류시인 중 최고령(향년 96세)이었죠, 특별히 기독교적 사랑의 세계와 윤리의식을 담은 시를 많이 썼구요, 1000여 편의 시를 남겼다고 합니다. 고인의 대표작, <편지>와,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건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라는 구절로 유명한 <너를 위하여> 등이 큰 사랑을 받았어요, 최근 19번째 시집<사람아 사람아>까지 출간하였네요. 18번째 시집 <충만한 사랑> 출간 후 인터뷰에서 그녀는 말했죠. “무언가를 보고,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면 자꾸만 마음속에서 시심(詩心)이 일어나고, 또 시구가 떠올라서 시 쓰기를 멈출 수 없다. 만년의 으스름 저문 날을 살면서도, 보고 느끼고 깨닫고 감동하는 바에서는 변함이 없다.”라구요. 평생 시를 써온 그녀의 삶, 그 본질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더불어 그녀의 다른 시들도 읽어봅니다.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고 말한 <생명>,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는 <편지>, ’그대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라는 노래가 들려오는 <그대 있음에>... 주옥같은 사랑 시가 많습니다. 어제 글 모임에서도 공자님이 말한 詩三百, 一言以蔽之, 曰, 思無邪를 전하면서 매일 시를 만나볼까요? 라고 권했습니다. 저 역시도 매일 시 한편을 올리는 일은 분명 대복이겠지요. 오늘도 복주머니 채우러 떠나봅니다. 김남조시인의 <너를 위하여>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너를 위하여 – 김남조


나의 밤 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 한다.

가만히 눈을 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 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라

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오직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단다

나의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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