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산문집 원고를 수정하면서 친정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부분에서 잠시 머물렀습니다. 제 엄마도 팔순이 넘으니 눈에 띄게 약해집니다. 그나마 딸이어서 종종 목욕을 함께 하면서 더욱더 느끼지요. 명절 전후마다 제 형제 다섯을 한꺼번에 돌아가면서 등을 밀어주던 시절. 얼마나 등이 아팠던지, 꼼짝못하고 등짝을 대고 난 후에 쓰라려도 말도 못하고 혼났던 때가 많았지요. 이틀 전, 아침 목욕을 함께 하면서 제 등을 밀어주시더군요. 말 그대로 개미가 지나가는 듯했지요. 실바람따라 흔들흔들 흘러가는 개미흔적같은 엄마의 손길. 거꾸로 전 엄마 몸을 싹싹 열심히 밀었습니다. 아마도 엄마는 아셨을 겁니다. 저의 손이 움직이는 힘 따라 당신의 젊었던 그 시절이 생각나셨을 겁니다. 그러면서 말씀하시더군요. “너도 이제 적은 나이가 아니니 건강 관리 잘해라. 아직도 거두야 할 자식들 때문에라도, 운동도 하고 먹는 것도 때 찾아 먹고.” 엄마 젊었을 때는 배 곯고 물 먹으며 저의 오형제를 먹였다고 종종 말씀하시지요. 요즘 자주 아프시니 걱정입니다. 가까이 엄마를 모시고 있는 막내동생이 톡 하나를 보냈더군요. ’한 일주일 입원하시니, 누나라도 전화 자주 해주소‘라구요. 제 나이 전후 지인들의 부모님 연세가 거의 비슷하다보니, 모여서 나누는 얘기에 연로하신 부모, 특히 엄마 얘기가 많습니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큰일 하나가 성큼성큼 다가오는 듯... 불쑥 방망이질 소리내며 걱정섞인 심로가 아침부터 보이네요. 오늘은 말랭이마을 어머님들 수업. 뜻하지 않은 병으로 당분간 얼굴을 뵐 수 없는 어느 어머님도 생각나구요. 누구든지 얼굴 볼 수 있을 때 잘해드리고 싶고, 더욱더 자주 만나 이런저런 수다 떨며 당신들의 얘기를 모아두고 싶습니다. 오늘은 기형도시인의 <엄마걱정>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