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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봄날편지181

2023.10.16 김소월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by 박모니카

책방에 앉아있는 복실이가 귀엽다고 들어온 젊은청년들. 잠시 후 책장을 보더니 “시집이 많네요. 시는 어려운데...” “저도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시집 한 권에서 내 맘에 들어오는 시 하나만 만나도 소설 한 권 읽는 것보다 남는 장사죠^^” 듣고 보니 그렇다며, 학교 교과서에서 만난 근대 시인 몇 명을 말했어요. 그중 김소월과 백석의 필사본 책을 몇 장 넘기더군요.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하고... 하지만 왠지 읽고 싶어진다고 했어요. 일단 집에 뒹구는 시집 들고 하나라도 써 본 후에 꼭 책방을 다시 찾아오겠다고 하며 돌아가더군요. 그 말 한마디라도 어딘가요. 믿음이 절로 생겼어요. 어젯밤에는 오늘 말랭이 수업을 앞두고 근대시와 현대시 20여편을 골랐어요. 시월의 마지막 날에 그동안의 동네글방 수업 마무리로 ’시낭송잔치‘를 할거거든요. 어머님들은 무조건 짧은 시를 원하지만, 안한다고 하지 않는 것만 해도 완전 성공이죠. 당신들의 정서에 맞는 시를 골라 프린트 해놓고 오늘 최종선택을 하게 하려고 해요. 더욱더 아름다운 시낭송을 위해, 특별강사(시낭송가, 채영숙님)의 자원봉사도 있지요. 벌써 일년이 지나가니, 제가 말랭이에서 살아온 흔적을 갈무리 해야겠다 생각하죠. 그중 하나의 기획이 글방 시낭송이예요. 약 2주 동안 어머님들 잘 도와드려서 오랫동안 추억할 행사하나 만들고 싶군요. 우리 글방 학생님들,,, 지금은 엄살을 부리셔도 분명 끝내주게 잘 해내실거라 믿고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기대하며 기다려주세요. 곧 개봉 박두합니다. 오늘은 김소월 시인의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 김소월

'가고 오지 못한다’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萬壽山)을 나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고락(苦樂)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무심타’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스랴

제석산(啼昔山)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의

무덤에 풀이라도 태웠으면!


* 가수 송골매(배철수)의 노래로도 잘 알려져 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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