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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봄날편지184

2023.10.19 김시습 <새벽빛>

by 박모니카

백마디 말을 주고 받는것 보다 더 친해질 수 있는 법, ’함께 나눠 먹는 것!‘ 지난 긴 연휴 전, 간식으로 떡볶이 해주겠다는 말을 기억한 학생들... 특히 수요일 저를 만나는 학생들은 제 에너지를 왕창 가져가는 기특한 친구들인데요, 드디어 간식으로 ’원장표 떡볶이‘를 준비했죠. 소소하지만 정성스럽게 준비하니 학생들 결석 없도록 부탁드린다고 메시지 드렸더니 감사의 인사답장을 주셨던 학부모님들. 사실 분식집에서 살 수도 있지만, 양에 비해 턱없이 비싸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 입에 덜 맛있으면 학생들 입에도 마찬가지라, 조금의 품만 팔면 재밌고, 뿌듯한 시간이 되길래, 또 일을 벌렸죠. 말도 빠르지만 손도 빠른 저는 멀티형 재주로 수업하며 중간중간 분식집 요리사 되느라 또 남다른 의지를 세워 무진장 바빴답니다. 특히 중학생이 되면 사춘기 딱지하나 붙이고 말도 미소도 줄어드는 남학생들까지, 먹겠다고 줄 서는 모습이 어찌나 이쁘던지요. 열심히 만들었는데 본 듯 만 듯하면 엄청 서운하거든요. 먹자고 부르는 저를 민망하게 하지 않아서 더 열심히 더 푸짐히 만들어서 나눔했지요. 다섯시간 내내 그 요동을 치고 났더니, ’오메 오메 다리가 풀려‘ 소리가 절로 났습니다. 마침 영상폰이 온 딸에게 ’엄마 늙었나봐. 너무 힘들어. 그래도 잘 먹어줘서 맘은 좋아.‘ 라고 했더니 ’아냐, 엄마 안 늙었어. 단지 오늘 일이 조금 더 있었을 뿐이라고 생각해 봐. 엄마 떡볶이가 최곤데 너무 먹고싶당‘. 옆에 있던 남편도 ’오늘따라 진짜 더 맛있데. 어떤 학생이 원장님은 분식집 해도 되겠다고 하더구먼‘ 라고 맞장구... 밤새 저린 종아리, 지금도 찌릿한 손가락. 그래도 시계처럼 앉아서 글을 쓰네요^^ 몇몇 학부모들의 감사 문자는 어딘가에서 졸고 있는 가을 새벽을 깨우는 한 줄기 빛이 되어 저도 깨워줍니다. 오늘은 한시 들려드려요. 김시습 시인의 <새벽빛>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曉色 새벽빛 - 金時習(조선의 시인)


滿庭霜曉色凌凌(만정상효색능능) 뜰에 서리 가득하니 새벽빛이 으스스하여라

巖溜無聲疊作氷(암류무성첩작빙) 바위의 낙숫물은 소리없이 얼음 지어 포개고

老鴉附枝迎旭日(노아부지영욱일) 늙은 갈까마귀 가지에 앉아 뜨는 해 맞으니

凍雲依石襯疏藤(동운의석친소등) 찬 구름은 돌을 끼고 성긴 등나무에 엉겼다

閑中詩與棋爲崇(한중시여기위숭) 한가한 가운데 시와 더불어 바둑을 숭상하고

病裏茶兼藥可仍(병리다겸약가잉) 병 들어도 차를 겸하니 약으로 삼을만하도다

紙帳氈床初睡覺(지장전상초수각) 종이 휘장의 담요자리 막 잠에서 깨어나보니

篝爐火氣暖騰騰(구로화기난등등) 모닥불 화로 불기운에 후끈후끈 따스하도다

10.19새벽1.jpg 딸이 전헤준 달콤한 아이스크림~~
10.19새벽2.jpg 오스트리아 벨베데레궁전-
10.19새벽3.jpg 군산 동네서점 지도가 나왔군요. 언제든지 가져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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