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양 그리움만 쫒아가는 가을이라면 슬퍼서 어찌 살까요. 담벼락 오르는 담쟁이도 지칠대로 지쳐 붉은 얼굴에 반점들이 가득하구요, 담 아래 쑥부쟁이들도 가슬거리는 바람과 햇살에 눈을 감습니다. ’이제는 너를 그리워하지 않겠노라’라고 말하며 주었던 정 거두어 돌아서는 누구처럼요. 부르르 눈을 뜨고 세상을 보며 살았던 시간들이 스르르 눈 감고 다음을 약속하며 떠나네요. 그래도 그냥가기 미안한지 어제도 오늘도 만상에 조각을 내고, 채색도 하고 생명의 오묘한 순리를 보여주며 우리를 미혹하게 합니다. 지인이 보내주신 정지용시인의 시 <호수>를 읽으면서, 삶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커지면~~ 그럴수록 눈 감을 수 밖에...라는 말을 이내 따라 했습니다. 시를 들려드릴까요? <얼굴 하나야 / 손바닥 둘로 / 폭 가리지만 // 보고싶은 마음 / 호수만 하니 / 눈 감을 수 밖에>. 얼마 전 어머니를 여읜 지인과 차를 마시며, 그녀의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의 무게가 그 어느 저울로도 잴 수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녀가 쓴 짧은 글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쑤욱 올라왔구요. 온통 가을의 슬픔,이별의 아픔을 안고 있는 듯한 그녀. 치유되려면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하겠구나... 책방으로 돌아와서 시 하나를 읽어보았습니다. 이생진 시인의 <생명에 물을 주듯>에서처럼, 손톱이 닳도록 손을 어루만지는 사랑. 그 사랑이 절실하다면 더없이 아름다울 가을입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대하는 우리의 손에 떨림으로 가득한 사랑이 담겨지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