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1 임보 <문>
생명이 내는 마지막 숨소리. 숨죽여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져 몰랐습니다. 그 고귀하고 숭고한 숨소리. 목말라 하는 꽃이 내는 숨소리를 들으면 물을 주면 되고, 배고파 하는 어린 강아지의 숨소리를 들으면 먹을 것을 주면 되는데... 누군가의 마지막 숨소리를 듣고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가 있지요.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두 손을 잡아주는 일. 그의 숨소리에 내 숨소리의 리듬을 맞추는 일밖에 없지요. 타인의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서 들려오는 숨소리에 온전히 저를 내려놓고 기도한 일이 있었습니다. ’꺼져가는 생명에 물을 줄 수 있다면 기꺼이 하게 하소서’라구요. 오늘은 그분께서 하늘나라로 가십니다. 참으로 길고도 무거웠던 삶, 107세의 당신께서 큰 숨 한번 들이쉬고 고요히 당신 몸을 접었습니다. 당신께서 보여주신 마지막 미소는 맑은 물이 되어 남은 자들에서 생명수로 퍼졌습니다. 다른 모습으로 피어나니 그때보자며 흩어지는 가을 꽃잎 따라 바람속으로 가셨습니다. 남겨진 이들이 덜 미안해 하도록 슬픔마저도 거두어 가셨습니다. 하늘을 보니 눈이 부시도록 푸른바다. 하얀 구름 산 너머로 손짓하며 미소짓는 그 분이 보입니다. 그렇게 오늘도 그리워할 한 사람이 떠나는 가을입니다. 그리움이 검푸른 겨울 바다처럼 시린 아침이네요. 주말동안 평화와 함께! 오늘은 임보시인의 <문>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문(門) - 임보
이 세상에 온 이들은 언젠가
저 세상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이 세상으로 들어올 때는
누구나 육신의 문을 통해 왔지만
저 세상으로 떠나갈 때는
한결같지 않다
흙의 문을 비집고 더디 지하로 빠져나가기도 하고
불의 문을 열고 황급히 천공으로 날아가기도 한다
바람의 문을 통하는 이도 있고,
물의 문을 이용하는 이도 있다
티베트의 어느 고원에서는 새의 몸에 실려 떠가기도 하고
남미의 어느 초원에서는 수목의 뿌리를 타고 스며들기도 한다
토장(土葬) 화장(火葬)
풍장(風葬) 수장(水葬)
조장(鳥葬) 임장(林葬)
밀고 나가는 문들은 다 다르지만
그들이 장차 돌아가는 곳은 같다
우주의 바다
허공
별들을 빛나게 하는
거대한 어둠의 밭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