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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봄날편지192

2023.10.27 박기섭 <구절초 시편>외 글방학생 시 2편

by 박모니카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아(學而時習之不亦說乎兒)`라! 올해 가장 정성을 들였던 저의 시간, ’말랭이 동네글방 선생‘으로서 자랑하고 싶은 맘이 계속 머물고 있었을까요. 아니면 ’일벌‘유전자가 제 몸속에 있는지도 모르죠. 지난 8개월 동안 마을 어른들과 만나면서 글과 시로서 만든 ’인연의 그물‘을 더욱더 짱짱하게 당기고 싶어서 오늘의 행사를 합니다. 무엇을 해도 돈이 드는 것이 세상이치... 저의 맘을 알고 계시는 많은 분들이 후원금을 보내주셔서 행사준비를 잘했습니다. 함께 드실 떡, 축하꽃, 마실 차, 시낭송 우수자를 위한 작은 상금, 전체 어른들께 드릴 선물, 그리고 11월에 전시할 자작시화전 플래카드 비용에 이르기까지 알뜰하게 절약하며 잘 치룰 것입니다. 오늘도 제 맘대로 사회 보면서 우리 어머님들의 추억 앨범속에 남겨질 아름다운 시간을 만들어드리고 싶군요. 이틀전 토요일에도 낭송을 위해 얼마나 시 암기를 노력하고 계신 지 중간검사를 했는데요,,, 절반 이상의 분들이 꼼꼼하게 암송하고 계셨지요. 단, 사람들 앞에서 시를 낭송한다는 일은 ’숨 막히게 엄청 떨리는 일‘ 이기에 무조건 ’어머님, 최고‘라고 수백 번 칭찬해드렸습니다. 이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찬조출연하는 시낭송가들, 축하연주자 가야금 양병창님. 모두 고맙습니다. 10월의 마지막 날, 모 가수의 노래를 듣는 대신 우리 마을에 오셔서 글방어머님들이 들려드리는 시 노래, 15편을 들어보세요. 여러분들의 격려와 칭찬의 박수를 기다립니다. 오늘은 시낭송가 채영숙님의 목소리로 들려 올 박기섭시인의 <구절초 시편>과 글방 어머님 대표 자작시 두 편을 함꼐 들려드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구절초 시편 – 박기섭


찻물을 올려놓고 가을 소식 듣습니다

살다보면 웬만큼은 떫은 물이 든다지만

먼 그대 생각에 온통 짓물러 터진 앞섶

못다 여민 앞섶에도 한 사나흘 비는 오고

마을에서 멀어질수록 허기를 버리는 강

내 몸은 그 강가 돌밭 잔돌로나 앉습니다

어 평 꽃밭마저 차마 가꾸지 못해

눈먼 하 세월에 절간 하나 지어놓고

구절초 구절초 같은 차 한 잔을 올립니다



해바라기 순정 – 김정엽어머님


떠나간 임을 기다리는 얼굴

해만 바라보는 노랑 꽃

해를 기다려서 해바라기인지

임을 기다려서 해바라기인지

그 이름 누가 지었는지 나도 모르네


해바라기야

동서남북 이리저리 돌아봐도

너를 변덕쟁이라고 손가락질 안할께

기다리다 지친 얼굴과 마음

숯덩이처럼 검게 탔구나

바람에 맞아 땅에 떨어져도

다음 해에 너 같은 예쁜 순종 꽃이 나오겠지


해바라기야

외로워말고 니 옆을 바라봐

춤추며 노를 반기는 코스모스가 있잖아


사랑이란 것 – 오승자 어머님


사랑이란 것은

누군가에 의해

결국 스스로

그리움속으로

길들여지는 것


사랑이란 것은

누군가에 의해

결국 스스로

외로움속으로

익숙해지는 것

사랑이란 것은

누군가에 의해

결국 스스로

기다림속으로

잊혀져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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