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인디언이 말한 11월입니다. 더불어 법정스님께서도 ‘자기 자신을 가장 잘 드러낸 달, 그래서 가장 사랑하는 달’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갑자기 추워졌다고 호들갑 떠는 이도 있지만 때가 있으니 마땅히 추워야 할 요즘, 책방을 오고 가며 주변 나무들의 가벼워지는 모습을 봅니다. 사람에겐 생명의 녹음이 되어주기도 했을, 하지만 때론 너무 무거워 힘들었을 이파리들을 바람따라 흘러보내는 그의 모습을. 타인의 말이 아니더라도 저 역시 해마다 11월에 일 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국경일 하나 없이 정직하게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성실 하나 믿고 살아온 지난 시간을 꺼내보고 혹시 모를 앞으로의 시간도 당겨보는 등, 혼자서 여러 가지 모양의 11월을 만들며 놉니다. 그러다보면 저절로 제 고유의 생각이 안으로 모아져 굵은 중심점 하나가 저를 받쳐 주지요. 그 점을 지팡이 삼아 올해도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이정표를 달아두고 싶습니다. 또 벌써 금요일이네요. 요즘은 정말이지, 마치 할머니 모드로 어린 학생들의 애교를 너무 잘 받아줍니다. 또 떡볶이를 먹고 싶다는 초등학생들의 살랑거림에 오케이를 하고 나니, 주4일 수업하는 중등부가 떠올라, 어제도 떡볶이, 오늘도 떡볶이 요리사가 되네요. 어디 나가서 외식 한 두 번 안하면 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행복하게 해 준다는데 그걸 못할까요. 전 말도 빠르고 손도 빨라서 요리하는 것도 후다닥 금방 합니다. 금상첨화로 제가 한 건 뭐든지 맛있다 해주니, 엄청 신나서 움직이지요. 특별히 오늘은 학생들에게 주는 장학금(독서왕, 단어왕)도 있어서 아마도 제가 가장 천사처럼 보이는 날이 아닐까 싶네요.^^ 저의 어느 모습이든 보이는 것은 모두 저 일테니, 오늘도 큰 나무 아래 서서 떨어지는 나뭇잎을 우산삼고 양탄자삼아 저를 들여다보렵니다. 과연 ‘비우며 채우기’의 순리가 제 몸속으로 들어오길.... 오늘의 시는 박인걸시인의 <늦가을>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