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이날을 두고 빼빼로데이라고 부르더니, 모 제과회사의 상품이 엄청 팔리더군요. 일 년 달력에 11월은 빨간색 휴일이 없어 학생들은 늘 아쉬워하는데요, 그래서 이 뜻 모르게 만들어진 날을 스스로 즐기는지도 모르겠어요. 생각이 좀 진지한 학생들은 이왕이면 과자대신 떡을 먹자하며, 어제 준 간식을 11자로 만들어 보이기도 했지요. 어떤 모습이든 학생들의 웃음을 보았으니 그걸로도 족합니다. 오늘은 말랭이마을잔치가 있네요. 아마도 어제 어르신들은 오늘을 위해 먹거리를 준비하셨겠지요. 저도 매양 하는 일, 방문객들을 위해 그림 그릴 캔버스와 간식을 좀 준비했네요. 이 골목잔치도 오늘과 12월 첫주 한 번이면 한 해를 마감 짓습니다. 원래 예정이었던 동네글방 어머님들 자작 시화전시회를 함께 하려 했는데요, 시낭송회 이후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고, 조금 더 욕심있게 좋은 글과 그림 내주시면 어떠냐고 제안했더니, 몇 분이 수긍하셨어요. 아마도 마지막 골목잔치 전에 마을 골목골목에 휘날리겠지요. 아침편지 쓴다고 어느새 1년이 넘도록 같은 패턴으로 움직이니 몸이 깨어나는 것은 습관이 된 듯 한데요, 정작 중요한 발송대상을 가끔 잊는군요. 어제는 가장 친한 지인들에게 발송하지 않아서 걱정을 끼쳤네요. 어쩌다보니 매일 안부를 묻는 편지... 기쁨의 존재에서 걱정을 주는 도구로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던 중, 한 지인의 답글에 힘을 얻고 맑은 정신 차리기를 다짐했지요. - 우리 엄마는 요술쟁이다. 아침밥상에 오르는 것을 보면 안다. 먹을 것 같지도 아무맛도 없을 풀쪼가리 푸성귀가 올라올때면 제법 식욕땡기는 반찬으로 둔갑한다. 글쟁이는 요술쟁이다. 우리 눈엔 그저 동일 반복되는 일상의 흐름에서 변화를 일궈 밥상에 올려놓으니 말이다. 모니카님은 진짜 요술쟁이다. 잠깐 스치며 잊혀질 계절을 소뼈 고아 우려내듯 진국을 만들어내는 요술쟁이다 – 라고 해 주신 이 글을 읽고 잠시 방황하던 제 정신이 엄마 부르는 소리에 얼른 돌아왔답니다. 오늘도 정신 차리고 마을 행사의 일원으로 잘 살아보겠습니다. 문태준시인의 <바닥>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