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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봄날편지205

2023.11.16 박노해 <사랑은 불이어라>

by 박모니카

”선생님, 저 오늘까지 공부했으니, 분명 시험 잘 보겠죠... 히 히 “ 라며 웃는 학생, 천사가 따로 없었습니다. 공부 며칠 더 한다고 얼마나 성적에 큰 변화가 있을까마는 아마도, ’끝까지 노력하기’를 스스로 보이고 싶어 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 성인으로 들어가는 문 치고는 몹시도 좁은 문. 그래도 누구나 겪는 고뿔처럼 받아들이는 현실도 참 우습기도 한 일...동시에 기초학력단계 12년을 잘 마친 학생들에게 무한한 박수를 보내주어야 하는 날입니다. 저도 어제 오랫동안 저를 만나온 학생들에게 작은 선물과 격려의 말을 보내니, 이런저런 앙징맞은 답장을 받았네요. 언제 저렇게 컸을까... 수능 끝나면 뭐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알아봐서 도와줘야지... 뭐 그런 생각으로 아이들의 오늘을 기도했네요. 특히 해마다 수능 마친 저녁에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도 염려되어 지나친 해방감을 경계하고 조심하라고 일렀습니다. 하여튼 오늘은 전국의 모든 고3 학생들을 포함하여 수능시험에 임하는 이들에게 ‘정말 잘 했어요.’라는 위로와 격려의 응원이 필요한 날입니다. 그러고 보니 11월에 많은 시험들이 있군요, 선생님이 되는 임용고사를 비롯해서, 각종 공무원 시험, 회사 입사 시험 등... 대학을 마치고도 시험의 연속인 걸 보면 인생은 분명 시험장인게 분명하네요. 시험에서 오는 짜릿한 긴장감이 성취감으로 바뀔 때의 행복. 이제는 제법 늦은 나이인데도 대학 시험 보던 때의 기분이 되살아나려는 듯,,, 아직도 살아갈 힘이 더 많이 저축되어 있나 봅니다. 여러분도 그러시지요~~ ^^ 오늘은 박노해시인의 <사랑은 불이어라>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사랑은 불이어라 – 박노해


딸아 사랑은 불 같은 것이란다

높은 곳으로 타오르는 불 같은 사랑

그러니 네 사랑을 낮은 곳에 두어라

아들아 사랑은 강물 같은 것이란다

아래로 흘러내리는 강물 같은 사랑

그러니 네 눈물을 고귀한 곳에 두어라


우리 사랑은 불처럼 위험하고

강물처럼 슬픔 어린 것이란다

나를 던져 온전히 불사르는 사랑

나를 던져 남김없이 사라지는 사랑


사랑은 대가도 없고 바람도 없고

사랑은 상처 받고 무력한 것이지만

모든 걸 다 가져도 사랑이 없다면

우리 인생은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란다


사랑이 길이란다

사랑이 힘이란다

사랑이 전부란다


언제까지나 네 가슴에

사랑의 눈물이 마르지 않기를

눈보라 치는 겨울 길에서도

우리 사랑은 불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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