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라볼 때 의존하는 대부분의 감각은 시각과 청각인데요, 특히 눈으로 보는 능력을 잠시 닫아 놓고보면 그 외의 감각들이 더 넓게 살아나는 걸 느끼지요. 눈을 감은 채 겨울 풍경을 담은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있자니, 이름 모를 초원 위 하얀 눈밭 위에 서 있는 제가 보이네요. 아침편지를 쓰려 부득이 눈을 뜹니다. 어젠 딸과 어떤 주제로 톡 대화를 하다가 제 프사에 써 있는 -수처작주 입처개진 ‘(隨處作主 立處皆眞),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주인이 되면 그 모든 곳이 진실이 될 것이다-를 소리내어 중얼거렸네요. “참 멋진 말이군...울 엄마 언제나 힘내. 어디서나 주인인 울 엄마. 나도 열심히 공부할게.” 딸의 귀여운 응원의 메시지를 받고나니, 프사 속 사자성어가 글자의 옷을 벗고 제 안에 들어오면서 또 다른 에너지로 변화하는 걸 느꼈습니다. ’세월이 빠른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오고가는 우리의 삶이 바쁜 거니 세월이 간다고 서운해 할 시간에 열심히 그 순간을 살아라‘ 라는 어느 성직자의 말씀도 들려옵니다. 오늘도 글쓰기 문우들과의 아침미팅이 있군요. 글로 토해낸 그들의 말을 잘 들어보고, 그 속에서 또 수처작주의 작은 세상을 꿈꾸어 보겠습니다. 오늘은 안준철시인의 <지는 낙엽을 보며>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