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때는 흰구름 더불어 왔고 갈때는 함박눈 따라서 갔네. 오고가는 그 주인은 마침내 어느 곳에 있는고‘ 법정 스님께서 애송하셨던 휴정선사의 시입니다. 어제 밤에도 후배 어머님의 소천 소식으로 장례식장을 다녀왔네요. 요즘 보기드문 참 효녀인 후배의 손을 잡아주고 싶었습니다. 비록 예견되었다곤 하나 어머니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을 이 없지만 그래도 가족 모두가 평화롭게 손님들을 맞이해주고 있어서 오히려 조문객인 제가 위로를 받았습니다. 돌아와 머리맡에 누워 바라보니, 이 시집의 제목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아마도 이 주간 제 마음과 고인이 된 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글인가 싶어 이내 몇 장을 읽어보았습니다. 어린 학생의 죽음, 그리고 후배 어머니의 죽음. 상반되어 보이는 장례식만큼 저도 역시 이 마음 저 마음이 극치점에서 요동쳤던 주간이었습니다. 타인의 삶과 죽음에 반사되어 비춰진 제 삶의 경계선에 한층 더 다가가기도 했습니다. ’경계‘라는 말이 11월 내내 생각의 화두였는데, 마지막 날인 오늘, 왠지 할 듯 모를 듯한 느낌으로 새벽을 맞네요. 더 이른 새벽, 지진경보로 잠을 설쳤을 누군가도 아마 또 한 달이 지나가는 경계선에 서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았을지도 모르겠군요. 어젯밤 소나무 위로 훤히 밝았던 보름달이 전해주던 말을 그 누군가에게도 들려주고 싶네요. ’차면 덜어내고 비우면 또 채울 수 있나니 ...‘ 오늘도 당신의 옳고 곧은 심지를 꺼내어 밝힌 불빛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11월의 마지막 날이 되길 바래봅니다. 김용옥 시인의 <그 한 사람을 생각함>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