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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봄날편지227

2023.12.2 말랭이어머님 박흥례 <드레스미싱>외 4편

by 박모니카

“약속을 지켰습니다. 나오셔서 어머님들 시화전 보세요.” 우르르 말랭이 어머님들이 나오셔서 당신들의 작품을 찾아 두리번거렸지요. 10개월간 함께 했던 동네글방의 하이라이트, ’말랭이 어머님 시화전시회‘를 위한 인쇄용 플래카드를 난간마다 걸었습니다. 총20 작품입니다. 끝까지 책임을 진다는 것은 진정 무엇이었는지... 강박에 가까우리만치 책임감에 사로잡히는 이 성격 덕분에 동네글방을 드디어 마무리합니다. 오늘 말랭이 골목잔치 마지막 날, 마을에 오는 방문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여기사는 분들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서 이렇게 훌륭한 작품들을 전시했으니, 꼭 읽어보시라고요! 골목길 따라 플래카드를 다 걸고 어머님들과 기념사진도 찍고 나니, 새해에도 말랭이 입주작가로서 계속 거주할 수 있다는 전화도 받았습니다. 2024-2025 입주작가를 위한 공모전에 재도전, 최종결과가 나온거지요. 사실 공모를 앞두고 많은 고민을 했지요. 조금 더 큰 책방을 꾸려나가야 하는 가를 두고서요. 이곳에서의 책방 삶이 그만큼 즐거워서, 3평을 벗어난 다른 장소를 희망했지요. 결론은 이 모습으로 앞으로 2년동안 더 거주할 듯합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늘 어느날 문득 휘몰아 나오는 돌개바람과 친해지고 싶은 구름. 그사이 또 어떻게 달라질지 저도 모릅니다. 오늘은 말랭이마을 축제 올해 마지막 시간이네요. 자랑하고 싶은 것은 오로지 시화전이니, 혹여라도 시간이 되신다면 오셔서 구경해보세요. 말랭이 어머님들 시 몇 편 들려 드릴께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드레스 미싱 – 박흥례


1972년 12월 25일 결혼할 때

작은아버지가 사주신 물건이다.

그래서 소중하게 생각한다.

지금은 쓰지 않고 있는데 버리지도 못하겠다

아까워서 버릴 수가 없다.

앞으로 얼마큼 있을지 나도 모르겠다.

내가 이 세상에 없을 때까지 있을 것 같다.

그 후에는 우리 아들딸이 버리겠지.

조금은 쓸쓸하다.

이별이 가까워진 것 같아서

그동안 소중했는데 미안하다.

쌍자음 시리즈 – 정명희

- 쌍기역-

꽃중의꽃

난꽃

꽃향기가 나를 반긴다

문열고 들어가던 나는

꽃향기에 취해버렸다


-쌈디귿-

소똥굴이 작은 벌레

큰 소품을 공굴린다

볼수록 신기한 소똥굴이

-쌈지읒- -


짱둥어 둥이야

너는 눈이 참 크군아

나는 눈이 잘 안보여 넘어지고 다친단다

눈이 큰 짱둥어

너가 정말 부럽다

내 마음의 꽃밭 – 백대순

내 마음의 꽃밭을 봐요

세상이 달라져 날이면 날마다

달라지는 복잡한 세상

아무것도 모르고 차라리 꽃이 되어

그 속에서만 살고 싶어요.

해바라기 – 오승자

잠깐 스쳐간 한송이 해바라기 우리를 사로잡네

그 순간, 나는 그저 멍하니 그 꽃을 바라보고는

내 가슴에 담아 두고 돌아왔네.


해안 바라보는 꽃

해를 따라 도는 꽃

오. 나의 영원한 꽃

당신을 사모합니다.

일편단심 해바라기 나의 꽃

내 가슴에 평생 간직한 내 사랑

해바라기여


그대를 지금도 잊을 수 없네

고무신 – 최흥자


어릴 때 검정 고무신

비 오거나 땅이 얼었다 녹으면 질퍽질퍽

신발이 벗겨지면 캄캄한 저녁 신발 찾기 힘들지

비가 그치고 눈꼬랑 물 내려오면

송사리가 펄떡펄떡 뛰어올라

고무신에 물고기 몇 마리 담는다

흰 고무신 지푸라기 한 줌 뭉쳐

싹싹 닦으면 하얗게 빛이 난다

꽃신은 예뻐서 아껴 신었지요

나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구나

아련한 추억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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