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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봄날편지252

2023.12.27 홍수희 <달력을 걷으며>

by 박모니카

새해 가족달력이 나왔네요. 코로나 해에, 가족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 싶어서 시작했던 가족달력. 이제는 동생들이 기다려줘서 기쁘게 달력에 들어갈 시와 사진작업을 했지요. 새해에 들어갈 시는 시리즈처럼 1월의 시, 2월의 시, 3월의 시... 이렇게 시를 골랐어요. 동생들에게 오타도 보고 수정사항을 살펴보라 했더니, 이내 답장이 오더군요. 그만큼 기꺼운 마음으로 살펴본 것 같아 저도 참 좋았습니다. 특히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엄마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달력에 올라가니, 더욱더 특별한 달력이 되었습니다. ’울 엄마가 새해 1년동안 이 달력을 보면서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만 드는군요.^^ 다만 아쉬운 점은 책방 달력을 만들지 못했다는 점이지요.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요,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요~~. 대신 새해에는 다른 선물로 책방인사 드릴 것을 약속드려요. 금주는 학원선생 한 분이 결근하셔서 엄청 바쁜 주간이지만 덕분에 여러 학생들과 새해맞이 얘기를 나누어요, 신기한 것은 요 어린 친구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원장님, 세월이 너무 빨라요.‘ 라는 말에 푹 웃었습니다. 세월이 무엇인지 알기나 하는지... 하긴 제 나이도 세월이 무엇인지 모르니 할 말이 없지요. 새해맞이 Count Down Five!! 손바닥을 펴고 다섯손가락, 아니 저는 열 손가락에 모두 새해소망을 써놓을거예요. 오늘은 홍수희시인의 <달력을 걷는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달력을 걷는다 - 홍수희


달력을 걷는다

해마다

단조로움의 죄로 물든 달력을

벽에서 쓸쓸히 내리었듯이

이 해를 다 채우려면

아직

두어 달은 더 기다려야

벽에서 내릴

무위(無爲)의 죄로 물든 달력을


다시 나는

너에게

무얼 줄 수 있을까

주지 못한

야윈 손이 서럽게 부끄러운

단풍 짙게 물든

시월의 달력

한 장


걷으며

꿈을 꾼다

다시 나는 너에게

무얼 줄 수 있을까

지난 주일(主日)

거저 얻은

단감밖에

없는 내 손은


이 밤,

성자(聖者)의 비인 손을

다시 읽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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