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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봄날편지258

2024.1.2 이소암<1월>

by 박모니카

’찾으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이 말을 믿은 새해 새날. 해맞이에서 해넘이까지 하루의 절반을 온전히 붉은 해와 놀았습니다. 마치 청룡의 여의주처럼 온 둥근 해가 저만을 위한 것 인양^^

새해맞이 행사가 있었던 탁류길 공원으로 가볼까 하고 나선 발걸음. ’더 좋은 일출장소가 있지‘라는 남편의 말을 따라 근대역사 박물관 뒤 부두가 부잔교가 있는 곳으로 갔지요. 사람이 덜 붐비고, 무엇보다 정박한 어선들 모습, 그 자체로 아름다운 풍경이어서 설혹 구름에 가려 해가 보이지 않는다해도 괜찮다 했거든요. 몇몇 사진 애호가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새해 아침인사도 나누고 사진 잘찍는 조언도 듣고요. 하늘을 보니 아직 밤잠 정리하지 않은 하얀 달과 창공을 나는 수백마리의 기러기떼. 이런 광경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새해출발이었죠. ’새해라고 새맘으로 나왔으니 이왕이면 깔끔하게 다 보여주마‘라고 하듯, 저 멀리 불그레하던 기운은 한순간에 붉은 앵두처럼 불쑥 올라왔지요. 사람들의 탄성은 제 마음속 드럼이 되어, 저도 역시 신나서 사진을 찍고 지인들에게 새해인사를 나눴어요. 그 마음을 잊을까 봐 책방으로 가서 오마이뉴스에 새해 첫 기사로 신고식도 하고요. 갑자기 ’해넘이까지 즐겨볼까나‘하는 맘이 드는거예요. 솔직히 할 일들이 있었는데요, 달력에 써있는 빨간휴일, 날 1월1일의 힘을 빌렸죠. 해몰이하며 해넘이까지 가보고 싶다라고 해서 얻어낸 ’해넘이 맞이 여행‘. 줄 지은 차량들 따라 선유도 장자도 찍고, 일몰시간에 여유롭게 도착한 곳은 부안 솔섬이었습니다. 참 오래 살고 볼일이다 했네요. 기억이 맞다면 가까운 이곳에서 해를 만나본 적은 없었으니까요. 솔섬의 해넘이 풍경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이었더군요. 바다만 보면, 특히 섬이 있는 바다를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갖가지 감정에 포위되는데요, 어제 새해 새날에 이곳에서 아침에 보았던 해와 작별하는 일은 오래동안 추억될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사진작가처럼 바위에 앉아 포즈를 잡고 점점 솔나무에 내려와 앉는 붉은 해를 기다리는 일, 얼마든지 할수 있는 일이었죠. 봄바람 같은 해풍으로 목욕하며 붉은 여의주를 문 청룡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솔섬 소나무장군. 사진으로나마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참 행복합니다. 당신께서도 제 마음 모두 가져가시길...! 오늘은 이소암시인의 <1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1월 – 이소암


굳게 닫힌 너의 창문

가볍게 두드리는 함박눈으로 가마

너보다 먼저,

낡은 침실 먼지 하나 이를 눈치채고

가만히 일어나 창문을 열어 준다면

너에게 소리 없이 다가가겠어

차디찬 손 내밀어

끓어오르는 네 이마를 짚어 주겠어

너에게 스미고 스며

은파호수 윤슬이 되겠어

열기 사라진 너는 흘러도 좋아

찰랑거리며 춤을 추어도 좋아

까마득히 나를 잊은 채

달포쯤 놀다온, 선유도 바람이어도 좋겠어

네가 한 그루 나무가 된다면 더 좋겠어

어둡고 눅눅한 땅속 헤매더라도

기꺼이, 난 너의 뿌리가 되어 주겠어

네가 만약 가지를 뻗어

새가 노래할 가슴을 내어 준다면

파리를 피워 작은 애벌레의 길이 되어 준다면

꽃을 열어 벌과 나비를 살찌게 한다면

가난한 노인의 혀를 적시는 달콤한 과일이 되어 준다면

참 좋겠어,

식물의 씨가 과육의 몸을 통과하지 않고 안전히 박히듯

너에게 가지 않고

너를 기다리지 않고도

우린 안전하게 하나될 수 있을 테니

자, 이제 내 손을 잡아 봐!

3번.. 부안 솔섬의 해넘이 풍경. 청룡이 여의주를 물었지요^^
1번
2번
4번
5번
1.1일 오전 8시 , 해가 떴다고 사람들이 떠난자리에 새해가 뿌려준 스프레이 빗살 풍경
1.1일 오전 7시 50분 새해 솟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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