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꿈 꾸셨나요. 가는 해에게 어찌 이별인사 하셨을까요. 그 아리고 헌전한 마음 감추고 이내 오는 해 맞이하느라 얼마나 부산한 마음이었을까요. 고백컨대 저는 보신각 종소리 들으면서 그 순간에 눈 찔끔 감았는데, 이내 잠이 들었나봅니다. 꿈도 아닌데 꿈처럼 어제의 일들이 스쳐가네요. 책방에서 나름 한 해를 정리하는데 12.31일, 마지막 날에 책방을 찾은 손님들. 그들에게 신간을 선물로 주니 득템했다고 엄청 좋아하셨지요. 그 후 읽고 있던 조정래작가의 <황금종이>완독을 마무리하려고 꼼짝없이 저녁자리도 지키구요. 오랫만에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위해 집에서 밥도 했어요. 그렇게 평소와 같은 일상의 자락을 펼치며 2023년을 보냈습니다. 아니 그 님이 저를 토닥이고 갔음을 알고 있습니다. 종소리 몇번에 득달같이 달려온 2024. 밤사이 카톡에는 지인들의 새해인사가 담겨져 있었군요. 유투브의 새해인사, ‘돈 많이 벌고 싶어요. 대학합격하게 해주세요. 취업하게 해주세요....’ 등의 소망 글을 읽으면서 나이든 세대로서 마음 한켠이 짠 해졌습니다. 제 아들 딸의 목소리처럼 들려와서요. 그럼 저의 첫 번째 소망은 무엇일까요. 이 나이쯤 되니, 오로지 ‘건강하게 해 주세요’밖에 없습니다. 건강이 허락된다 해도 열정적으로 살 수 있는 날, 무한히 남아있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니까요. 그러니 일단은 건강해야겠지요. 그러려면 ‘적게 먹고 꾸준히 운동‘하며 몸을 비워나가는 연습을 하는 일, 이것이 저의 첫번째 실행목표입니다. 작심삼일이 될지라도 이 편지를 보내고 슬슬 몸을 움직여 새날을 안아봐야겠습니다. 일기예보상 화려한 해돋이구경은 못한다 해도 피부에 와닿는 새날의 새 정기를 맞이하렵니다. 시인 박인걸 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네요. ’삼백 육십 오리의 출발선에서 이미 호각은 울렸다‘라고요. 저도 그 호각소리듣고 달려가는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단지 1등 이라는 숫자에 매달리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렵니다. 때론 빠르게, 때론 걸어서, 또 때론 이곳저곳 구경도 하면서요. 어떤 모습으로 오시든 저와 어깨를 나란히 할 동지(同志)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런사람이 있다면 올 한해 더욱더 의밌게, 신나게 살아볼 것입니다. “새해 복 많이 만드세요.” 오늘의 시는 박인걸 시인의 <1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1월 – 박인걸
삼백 육십 오리의 출발선에서
이미 호각은 울렸다.
힘차게 달리는 사람과
천천히 걷는 사람과
이제 첫 걸음을 떼는 틈에서
나도 이미 뛰고 있다.
출발이 빠르다고
먼저 도착하는 것도 아니고
걸음이 더디다고
꼴찌를 하는 것도 아니다
먼저 핀 꽃이 일찍 시들고,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기도 하다.
머나 먼 미로(迷路)에
네비게이션 없이 가는 나그네
절망의 숲을 통과한 후
메마른 대지를 터벅거리다
그 지루한 날들을 견디며
컴컴한 밤길이 두려워도
밤하늘의 별 빛을 따라
새 아침의 그날을 맞아야 한다.
마음은 이미 확정 되었고
의지는 쇠보다 단단하다.
태양은 활짝 웃고
언 나무들도 기지개를 편다.
창공을 나는 새들과 함께
몸은 종이처럼 가볍다.
군산 바다가 잠에서 깨어나 붉게 타오릅니다
2024가족달력 첫 표지
2023.12.31 한해의 마지막 날 찾아온 책방손님, 젊은3인방의 목소리...아직도 낭낭하게 들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