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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봄날편지256

2023.12.31 이해인 <12월의 시>

by 박모니카

잠시후면 떠오를 오늘 해는 아마도 고개를 갸우뚱할거예요. ’내 모습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같을텐데 뭐 저리 요란스러운가‘ 하고요. 사실 우리도 알고 있지요. 그러나 하늘이 보여주는 ’지성무식장(至誠無息場)에 그저 그렇구나 하며 기대어만 있다보면 너무 미약한 우리 존재의 본색이 드러날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인간 역시 끊임없이 움직이는 또 다른 작은 하늘이기를 바라는가 봐요. 오늘은 2023년의 마지막 날. 올해를 위해 더이상 카운트 다운할 숫자도 남아있지 않구요, 정말 평화롭게 고요속에서 자신의 참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날입니다. 혹여라도 아직 정리하지 못한 일이 있다면, 아직 새해 소망하나 구하지 못했다면, 오늘 하루로 충분한 시간이 있으니 함께 해보시게요. 저도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작은 일들이 남았거든요. 그후 마음을 개진하여 산책에 나서보시게요. 각 지역에서 해넘이(군산에서는 선유도 해수욕장)를 준비하는 곳에 가셔도 좋고, 혼자서, 아님 벗들과 항상 다녔던 곳에 새로운 마음의 씨앗을 뿌려도 좋구요. 무엇을 하더라도 언제나 ‘떠오르며 지는 태양’은 당신의 편이 될 것입니다. 저도 역시 편지를 받아주시는 그 어떤 분이라도 한편이 되어드리겠습니다. 오늘도 어느 곳은 폭설이, 군산은 겨울비가 예상되어 예쁜 모습의 해넘이 광경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어찌 보이는 것만이 진리일까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진리(眞理)가 우리들의 삶을 이끌어주고 있지요. 올 한해도 모두 잘 살아왔으리라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특별히 아침편지를 받아주셔서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내일 또 만나요. 2024.1.1.일에도 변함없이 봄날의 산책 모니카의 편지로서요.

오늘은 이해인시인의 <12월의 시>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12월의 시 - 이해인


또 한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을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할 일들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 소홀히하며

나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한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 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쓰고

모든 것을 용서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 일텐데

이런 행복 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 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 나는 이 세상에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나를 키우는 모두가

고마운 시간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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