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그네가 자기 그림자를 두려워하고 발자국 소리를 싫어하여 떨쳐내려고 도망쳤다. 발을 들어 올리는 횟수가 많을수록 발자국은 점점 많아지고, 빨리 달릴수록 그림자는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나그네는 아직도 덜 달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질주하다가 마침내 힘이 다하여 죽고 말았다. 그늘에서 쉬면 그림자가 없어지고, 고요히 멈추면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음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장자, 어부 편에서)
세상에서 가장 큰 병은 나이라고 말하네요. 그러니 나이 들수록 아픈 신호를 받는 것이 오히려 건강하다는 증거라네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말로는 무엇을 못해’라고 생각하다가도 그 말이 맞음을 이내 인정합니다. 그림자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그랬죠. 형체와 생각이 많을수록 그림자는 수가 더해지는 법. 그늘에서 쉬면 그림자는 저절로 없어지는 법 등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늘 ‘안다고 착각’하고 사나봐요. 다행히 이런 생각의 오류를 소통하며 나눌 수 있는 남편과 자식들이 있어서 늘 위로를 받습니다. 지난 며칠동안 일부러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 고요한 시간 속에서, 말 그대로 늘어지게 잠만 잤더니 오늘 새벽에는 훨씬 더 머리가 맑아집니다. 자신의 일상이 아무리 흠 없고 성실하다고 해도 늘 재충전 할 계기가 필요한 듯해요. 쉼터에서 충분히 쉬었다가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면 새로움이 장전되는 기분이니까요. 오늘은 천양희시인의 <생각이 달라졌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