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벽을 한 겹 두른 새벽냉기가 이불 위로 침범한 듯하여 눈을 뜨네요. 책 한 장 안보고 일찍 잤더니 그래도 마음의 양심은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던 모양이예요. 가만히 누워 밤새 쌓여있었을 생각의 조각들을 모으니 글주머니가 필요했어요. 이 생각은 이 주머니로, 저 생각은 저 주머니로 넣어두었다가 기회가 되면 단서로 써야겠다 싶어 옷장정리하듯 뚝딱! 주머니 서너개 만들고 이방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어제는 신기하게 신입생들이 3명이나 있었지요. 점점 줄어드는 학령인구는 학원가에도 적용되는데요, 그 기준으로 보자면 아주 오랜만에, 상담하느라 바쁜 날이었지요. 제가 말을 잘하는지, 아니면 이쁜 얼굴은 아니지만 믿음직하게 보여서인지 상담한 모든 분들이 등록을 해서 기분도 좋았습니다. “쌤, 오늘은 이 단어시험, 다 맞을 수 있어요. 시험지 주세요.” 당당하게 손 내미는 예비고학생. 100개의 수능단어를 제시하니 결코 녹록하진 않은데, 말이라도 그렇게 하니 기특하지요. 철자 한 개씩 잘못 써서 5개를 틀렸어요. 체크하면서 제가 말하길, “아무래도 내 빨간펜이 그냥 넘어가질 않넹. 글자 하나가 틀렸나봐.”라고 했더니, 아니라고, 자기가 맞다고 우기다가 5번 모두 제가 이겼지요. 적든 많든 매일 단어들을 바라보는 제 눈 만이야 할까요. “한꺼번에 몰아먹는 밥은 꼭 체 하더라. 그냥 매일 매시간 보고 또 보고 하다보면 어느새 네 머릿속에 새겨져 있어. 노화되는 나의 뇌 세포와 날마다 싱싱하게 날뛰는 너의 뇌 세포 중 누가 더 힘이 셀까나. 홧팅하자. 아자아자!” 제가 많은 일을 하고 있어도 가장 재미있는 일은 당연히 ’가르치는 일‘입니다. 더불어 또 재미있는 것은 ’배우는 일‘이 동급이지요. 세상일 중에 이 두 가지 일을 빼고 나면... 사람이 사람아닌 것과 무엇이 다를까요. 학생을 가르치면서 배우고, 더 잘 가르치고 싶어서 저보다 지혜로운 누군가에게 또 배우는 삶. 살아있는 한 이런 사이클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싶어 저절로 두 손이 모아지는 새벽입니다. 오늘은 마종기 시인의 <추운 날의 질문>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