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은 얼마나 큰 용기와 두려움이 공존하는 일인지... 쓸수록 아주 조금씩 알게 되는데요. 아침편지처럼 저 혼자서 중얼거리며 쓰는 일은 맘이 가벼운 일이예요. 그런데 뉴스기사 청탁을 받을 때는 조금더 마음에 부담이 되지요. 그런데 더욱더 무거웠던 일이 최근에 있었습니다. 캐톨릭인들이 함께 보는 <쌍백합>이란 잡지가 있는데요, 어느 분의 추천으로 기사청탁이 들어왔었지요. 처음엔 무조건 거절했습니다. 잡지의 성격상, 신부님들과 신앙심이 깊은 분들께서 글을 쓰시는 공간이어서, 저같이 가벼운 맘으로 사는 사람의 글은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했지요. 담당자의 상황을 듣고서 며칠 만에 동의를 하고서도 어제서야 글 하나를 보냈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지요. 저는 수다스럽고 어떤 모습을 보면 하고 싶은 말이 나오는데요, 어찌된 일인지 이 잡지에 낼 글은 일주일이 넘도록 생각해도 첫머리가 잡히지 않았답니다. 결론은 너무 마음이 무거웠던 거지요. 일요일 서울을 다녀오면서 갑자기 새해 첫날 보았던 일출과 일몰이 떠올랐습니다. 뭐하러 그렇게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해를 잡으로 다녔을까... 이유는 없지요. 그냥 그날 그 순간을 맘속에 품고 싶었을 뿐이었죠. 그랬더니 지금 이 시간에도 그날의 아름다웠던 시간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처럼요. 그래요, 글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누가 내 글을 읽느냐에 초점을 맞추려다보니 마음이 무거워져서 글이 나오지 않았어요. 결론은 지금의 수다같은 글을 써서 보내드렸답니다. 세간에 있는 말 중 ’인생 뭐 있나요. 즐겁게 살면 되요‘라는 말... 바로 며칠 전 남동생이 말하더군요. 혹시라도 힘든 일이 있다면 푸른 하늘을 보세요. 흘러가는 저 구름따라 웅크렸던 마음도 흘러가고 그 자리에 또 다른 마음이 생겨날거예요. 오늘은 천양희 시인의 <다행이라는 말>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다행이라는 말 - 천양희
환승역 계단에서 그녀를 보았다 팔다리가 뒤틀려 온전한 곳이 한 군데도 없어 보이는 그녀와 등에 업힌 아기 그 앞을 지날 때 나는 눈을 감아 버렸다 돈을 건넨 적도 없다 나의 섣부른 동정에 내가 머뭇거려 얼른 그곳을 벗어났다 그래서 더 그녀와 아기가 맘에 걸렸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했는데 어느 늧은 밤 그곳을 지나다 또 그녀를 보았다 놀라운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그녀가 바닥에서 먼지를 툭툭 털며 천천히 일어났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흔들리지도 안았다 자, 집에 가자 등에 업힌 아기에게 백년을 참다 터진 말처럼 입을 열었다 가슴에 얹혀있던 돌덩이 하나가 쿵, 내려앉았다 놀라워라! 배신감보다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비난하고 싶지 않았다 멀쩡한 그녀에게 다가가 처음으로 두부사세요 내마음을 건넸다 그녀가 자신의 주머니에 내 마음을 받아 넣었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 따뜻한 밥을 짓고 국을 끊여 아기에게 먹일 것이다멀어지는 그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뼛속까지 서늘하게 하는 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