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역 도서관에서 <스페인 읽기> 강좌를 듣고 있다. 스페인이 가고 싶은 해외 여행지로 떠오른 지 제법 된 것 같다. 엔데믹 이후에 그 인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미 여행을 다녀온 사람부터 가고 싶거나 관심 있는 사람들까지 열기가 느껴진다.
스페인 사람들의 특징 중에 ‘Bar(바) 문화’가 특히 관심을 끈다. 그들의 일상이 민낯으로 드러나는 곳이 한 집 건너 있다는 Bar라고 한다. 낮에는 커피, 저녁에는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며 신변잡기부터 축구, 투우, 축제, 복권, 정치까지 모든 이야기를 나눈다. 모르는 사람들은 '도대체 일은 언제 하냐'라고 궁금해할 수 있을 정도다.
여유 있게 슬로 푸드를 먹으며 과장된 몸짓으로 대화하는 스페인 사람들이 그려진다. 가볍게 바에 들러 몇 시간이고 대화와 수다를 나누는 게 건강 비결로도 꼽힌다고 한다. 다혈질 근성으로 쉽게 흥분하지만 한편으론 낙천적이고 느긋한 여유를 즐기는 스페인 사람들, 일상을 즐기는 삶이 부럽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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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지능과 수다 능력
신종호 서울대 교수의 최근 저서 <저, 감정적인 사람입니다>는 수다에 능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책은 자신의 감정, 타인의 감정을 잘 이해하는 능력인 '정서지능'에 관해 이야기한다. 대화를 잘하려면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자신의 정서지능이 높은지 낮은지에 따라 달라진다.
정서지능 정도를 알 수 있는 쉬운 방법은 무엇인가. 타인과의 대화시간이 얼마나 긴지를 보면 된다. 대화시간이 짧으면 정서적 교감이 잘 안 된다는 뜻이고, 특히나 타인의 마음을 쉽게 상하게 하면 정서지능은 낙제점에 가깝다. 긴 대화라면 바로 수다와 통한다.
정서지능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타인을 우선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결국엔 경청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이지만 쉽지는 않다. 누구나 자기중심적이기 십상이니까.
20대와 대화가 있는 일상
문득 생각해 본다. 나는 아들과 얼마나 오랫동안 얘기할 수 있나. 제대로 대화가 되려면 20대들의 일상을 알고 그들의 생각과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요즘 20대가 '조용필'이나 '마이클 잭슨'을 잘 모른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원서만 넣으면 취업이 어렵지 않던 80년대 부모 세대의 젊은 시절을 풀어놨다가는 눈치 없는 꼰대로 비웃음을 살지도 모른다.
요즘 한국엔 스페인의 Bar 못지않게 카페가 크게 늘고 있다. 2021년 말에 대표적인 프랜차이즈인 치킨집 수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가볼 만한 유명 여행지의 카페엔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도 사람들이 넘친다. 한국 사람들도 점점 여유를 알고 수다를 즐기는 것일까. 전망 좋은 카페의 명당자리 잡기는 갈수록 어렵지만 카페 문화는 바람직한 현상이란 생각도 든다.
대화와 수다도 노력이고 습관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상대를 이해하는 능력, 상대의 마음에 공감하는 태도가 필수다. 평소 일상에서 조금씩 생활화하면서 정서지능을 높여가야 가능한 일이다. 20대 아들과 원만한 대화 생활을 위해서 오늘도 부모에겐 공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