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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May 24. 2023

60대 남자, 눈치 9단 카공족이 될 줄이야

- 일상 탈출을 위한 슬기로운 카공 생활법

30여 년 출퇴근 인생을 마무리했다. 여전히 월요일이면 출근한다. 정해진 사무실이 아니라 정처 없는 카페다. 매번 사무실이 바뀌고 분위기도 새롭다. 예전엔 "집 놔두고 카페를 왜 가나?"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하나의 루틴이 됐다. 


이젠 바쁜 시간 피해서 갈 수 있어 좋다.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 주말이나 공휴일은 피한다. 선배 자유인들이 "이제 휴일이 싫다"라고 한 이유를 알겠다. 한적한 평일, 그것도 러시아워를 피해서 움직이는 게 한결 편하기도 하다. 자유인이 된 이후 집안 거실도 카페 겸 도서관 분위기로 바꿨다. 창 밖의 긴 자동차 행렬을 내려다보며 여유를 즐기는 시간이 늘어난다. 

 

카페로 출근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급격한 변화는 싫지만 날마다 도돌이표처럼 반복하는 것도 지루하다. 잠깐의 ‘일상 탈출’이라고 할까. 익숙한 자리를 벗어나면 설레는 여행이 시작된다. 공간이 바뀌면 분위기와 마음가짐도 달라지는 법, 카페에 가면 뭔가 나를 자극하는 것이 있다.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나는 '챌린징 모드'로 바뀐다. 나의 변화, 나의 새로움을 자연스레 유도하는 듯한 그런 공간의 힘을 사랑하게 됐다. 

     

눈치를 잘 봐야 하는 카공족     


근데 요즘 카공족들은 눈치 9단이 돼야 한다. 여기저기서 '민폐족'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나 같은 시니어 그룹들은 더욱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난 몇 가지 기준을 갖고 카페를 찾는다. 

   

카공이 주목적이라면 당연히 프랜차이즈 카페가 좋다. 좌석이 많고 공간에 여유가 있는 데다, 카공족을 위한 자리가 따로 있는 경우가 많다. ‘카공 성지’ 리스트가 있을 정도다. 대학가나 학원가 주변 카페도 추천할 만하다. 학생 상권이기 때문에 빈번하게 출몰하는 카공족을 환영할 가능성이 높다. 작은 규모의 자영업형 카페는 차 마시고 대화하는 카페 본연의 용도로 이용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카페를 이용할 때도 민폐는 금물이다. '얻은 만큼 쓴다'는 원칙을 지키는 게 바람직하다. 카페 영업상 2시간 이내를 권장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2019년 조사에 의하면 4,100원 커피 한 잔 기준으로 손익분기점은 1시간 42분이라고 한다(비프랜차이즈 카페 기준). 


조금 늘어나더라도 웬만하면 3시간을 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카페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정하고 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책을 일정한 분량 읽거나 글을 한 편 쓰거나 하는 식이다. 시간이 길어지면 추가 주문은 선택보다는 필수에 가깝다. 카페에서 글을 쓰다 보면 뇌가 달달한 간식거리를 원하니 자연스레 추가 주문이 이어진다.     

 


커피의 나라커피의 민족 대한민국     


카페 수는 계속 늘고 있으나 영업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소리가 높다. 지난해 커피전문점들의 매출은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실제 이익은 감소했다고 한다. 전방위적인 고물가, 커피원두 가격과 인건비 상승, 출혈 경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커피전문점 숫자는 우리나라 대표 프랜차이즈인 치킨집보다 많다. 2021년 말에 커피·음료점은 8만 4,000개로 치킨집(7만 6,000개)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점포수는 9만 9,000개로 2018년 5만 개에서 4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바야흐로 '커피공화국'이 따로 없다. 업계 1위 스타벅스의 경우 세계 매장 수는 미국에 이어 2위지만 인구당 점포 수로 보면 한국이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동네에 개인이 창업하는 작은 카페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커피 소비는 늘고 시장은 확대일로지만 그만큼 경쟁도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손님 입장에서 매장 영업이나 주인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특히 소규모 카페는 더욱 그렇다. 


간혹 '카공족 퇴치법' 같은 이야기가 나오면 카공족들도 마음이 불편하다. 카공족도 당연히 중요한 고객이다. 이용하는 데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고객들에게 친절하게 안내하고 협조를 구하는 자세가 좋지 않을까. 우리 일상에 카페가 필수 공간이 된 지 오래다. 손님과 카페가 다 같이 만족할 만한 그런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202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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