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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Aug 09. 2023

거절의 기술 환대의 기술

두어 달 전부터 아침을 시작하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5분 정도면 된다.

내가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세 사람을 떠올린다.

잠시 그들을 위해 나지막한 소리로 기도한다.

때로 마음속으로 조용히...     


미안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하루를 시작하면서

‘행복을 위해 집중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

지금 이 순간,

정성과 친절을 다해 환대를 준비한다.

하루를 잘 살면 내일도 기다려지는 법이다.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10초 수련법’을 읽었다.

공개강연회 도중 2명을 선택해 불러낸 후

모두에게 그들을 위해 기도해 주기를 권한다.

딱 10초 동안만 진심으로 행복을 소원해 보는 것.

사람들은 모두 미소 짓고,

행복한 상태를 경험하는 놀라운 시간을 갖게 된다.  

구글 창업공신 차드 멩 탄이 즐겨 쓴다고 한다.




지난주에 지방 도시에 계신 노모를 뵙고 왔다.

3가지에 놀랐다.

세상 온갖 뉴스가 줄줄이 대화에 올라온다.

집안이든, 경로당이든 노인들의 최고 친구는 TV란 얘기다.

잼버리 걱정이 많더라, 고 해서 잼버리가 뭐였더라?

TV를 잘 보지 않는 나는 얼른 검색해 본다.


어머니는 끊임없이 나를 살피며 묻는다.  

과일 줄까, 에어컨 온도 좀 낮출까?

자신보단 주변에 맞추는 게 일상이다.

K장녀, K며느리로 평생을 살아오신 탓일까.


젊을 땐 내 기분 따라 반응하는 게 버릇이었다.

미지근하게 답하거나 퉁명스럽게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제는 어머니에게 조금씩 맞춰 나간다.

배가 좀 불러도 과일 좋아요, 한다.

밥상에 오른 오이냉국을 보며 이거 맛있는데...

어떻게 만들어요? 일부러 묻는다.

설명하시는 어머니 눈이 일순 반짝이는 것 같다.

오이채는 껍질채 썰어야 아삭 거림이 있단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좋아하셨지.

 

어머니는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치매 같은 노인병을 가장 두려워하신다.

주변에 아프신 분들이 늘면서 걱정이 배가되는 것 같다.

팔순을 훌쩍 넘긴 어머니를 보면

우리 앞날이 그려지고 늙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안쓰럽고 불편하고 쓸쓸해진다.

건강하실 때 조금이라도 자주 뵙고

웬만하면 기분 좋은 얼굴로 대화하자고 다짐한다.

사소한 것이라도 거절보단 위로와 환대를 떠올린다.


평범한 오이냉국 같지만 누군가의 마음과 손길을 생각하는 순간, 특별해진다.




사랑과 친절을 보내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자주 반복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보상이 되기도 한다.


아침이나 저녁에 잠깐 시간을 내어 기도나 명상을 하듯이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속으로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속삭이는 것도 좋다.

거짓말처럼 대화가 훨씬 부드러워지고

자존감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시간과 노력이 크게 들지 않으면서

자신의 행복감은 높아지는 일,

먼저 마음을 내고 꾸준히 하는 게 어려울 뿐이다.


다만 원치 않는 부름에 응답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아닌 것에는 거절하는 용기를 보내되

소중한 것에는 아낌없이 마음을 써야 한다.

그것이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사는 방법이며

행복의 본질이기도 하다.

  


나주 원도심 한식당의 1인당 1만 5천 원짜리 백반 상차림. 된장찌개 등  몇 가지가 더 나온다.



* 대문 사진은 한옥 디저트 카페의 인절미 눈꽃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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