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일 Oct 25. 2023

나의 얼굴, K팝의 정체

'한국인 없는 K팝'에서 나를 본다, 변화 속에서 찾는 정체성

요즘 어느 때보다 정체성에 대한 얘기들이 많다. N잡러나 멀티 페르소나는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마스크 걸>은 사람들의 비틀어진 욕망을 흥미롭게 파헤쳐 주목을 받았다. 


사회가 갈수록 불확실성이 심해지고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진짜 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다양한 자아 개념과 정체성을 꿈꾸거나 새롭게 수용하려는 경향 또한 강해지고 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더욱 심해진 것 같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진다. 살아온 날을 돌아보면 나의 얼굴, 나의 자아는 계속 변해왔다는 걸 느낀다. 정체성은 끊임없이 변한다. 보이지 않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사실 고정된 하나의 자아만 있을 순 없다.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통해 조금씩 변해가면서 진짜 나, 진정한 나의 정체성을 찾아갈지도 모른다. 변화 속에서 나만의 것을 하나씩 건져 올리는 게 오늘 우리의 삶이라는 여정은 아닐까.  



'한국인이 없는' K팝의 정체성 논란


요즘 K팝의 정체성 논란이 자주 제기된다. '한국인 없는' 다국적 K팝 아이돌 그룹이 더 이상 새로운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벨기에·미국·독일·인도의 4인 멤버로 구성된 '블랙스완'은 국내에서 한국어로 노래를 부른다. JYP가 배출해 일본에서 맹활약 중인 '니쥬'는 전원 일본인 멤버인 9인조 걸그룹이다. '스타비'는 칼군무까지 소화하는 4인조 인도네시아인 걸그룹으로 한국인 이름을 가지고 국내에서도 활동한다.     


BTS의 하이브는 다국적 그룹을 육성하기 위한 글로벌 오디션 프로젝트를 대중음악의 본산지인 미국에서 진행 중이다. 전 세계에서 20만 명이 몰려 무려 6000 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예비 멤버 20명 중 한국인은 2명에 불과해 자국 출신 지원자에게도 문턱이 높다.      


이쯤 되면 도대체 K팝의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 할지 고민이 된다. 한국인 가수, 한국어 노래, 칼군무와 댄스 퍼포먼스, 비주얼과 패션, 특유의 비트와 리듬 기반의 음악 자체, 아이돌 양성 시스템 등등. 어느 한두 가지로 말할 수 없을 만큼 K팝은 이제 다층적이고 복합적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무쌍한 음악적 시도와 변주로 확산하지 않을까, 예측불허의 진화 양상이다.  

 



K팝의 역사와 대중음악의 장르 문제


K팝의 원형으로 돌아가 보자. K팝은 한국 대중가요를 바탕으로 1980년대 후반 이후 ‘한국 팝’의 시대를 거쳐 1990년대 중 후반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한국의 대중음악을 말한다. 




2011년에 유튜브와 빌보드에 K팝 장르가 신설되고, 2012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K-POP’ 단어가 등재됨으로써 K팝은 국제적으로 공인을 받았다. 이 사전은 ①한국에서 만들어진 대중음악 ②한국의 팝이라고 포괄적으로 정의하는데, K팝의 핵심은 계속 진화하는 중이다. 제작 현장에서는 '보컬과 군무가 동시에 잘 드러나도록 팀워크를 중심으로 짠 육성 시스템'으로 보는 것이 다수설(?)이라고 한다. K팝이 발산하는 역동성과 집단성을 핵심으로 본 것이다.     


<대중음악 강의>(2022)를 펴낸 서울대 음대 민은기 교수는 "대중음악에서 장르란 분명히 존재하지만, 우리가 믿는 것보다는 그 경계가 훨씬 느슨하며, 그마저도 끊임없이 변한다."라고 지적한다. 새로운 장르의 출현과 혼종, 하위장르의 생성이 전혀 놀라운 현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K팝의 정체성 논란은 음악의 속성과 역사에 비추에 볼 때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체성 논란을 딛고 성장의 길로 가려면


문화는 국경을 넘고 음악은 장르를 넘나들기 마련이다. K팝도 사실 서양의 팝음악과 일본 J팝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장르이기에 국적 논란이 무의미할 수 있다. K팝을 둘러싼 대중음악계의 변화상과 산업적 지형이 그만큼 변화 여지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K팝이 세계 시장을 정복하고 세계 음악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이 결코 능사는 아니다. 바람직하지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미국 중심 대중문화의 헤게모니를 흔들면서 세계 문화의 흐름과 역사에 새로운 활력과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K팝은 일정한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앞으로 지속 가능한 음악적 성과와 문화적 현상으로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K팝의 정체성이 문제되고 있지만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극복해야 할 과제인 이유다.    


정체성에 대한 논란은 괄목상대할 때 드러난다. 어떤 경우든 과거와 달라질 때, 예전과 다른 모습으로 주목받을 때 제기된다. 앞으로 혼란이냐, 발전이냐는 지금부터 하기 나름이다. 나 자신과 우리도, 또한 K팝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미래의 성장과 도약으로 이어지길 기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를 보면서 딴생각을 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