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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Jun 26. 2024

K컬처에서 배우는 마케팅 3가지

내 인생의 스타 <Me-마케팅> 

K컬처 수업을 진행한 봄학기가 끝났다. 30명의 학생들과 함께 K컬처에서 우리가 배울 만한 점이 무엇인지를 찾아본 여정이다.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K컬처가 한국인에게 자부심을 주는 문화적 현상을 넘어, 우리의 실생활과 인생에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는지에 주목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Me-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3단계 작업을 진행했다. 자신을 찬찬히 돌아보고, 내가 좋아하는 K컬처 스타를 소개하며, 최종적으로 내 인생 최고의 스타인 ‘나 자신(Me)’을 마케팅하는 것이다.



K컬처에서 배우는 Me-마케팅 3단계 ⓒ김성일

 


1단계인 나를 돌아보는 작업은 2가지, '내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과거를, '나의 버킷 리스트' 작성을 통해 지금과 미래를 생각해 본다. 2단계인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K컬처 스타'는 K컬처 소비에 드러난 나의 욕망을 살펴보는 단계. 스타의 어떤 점에 끌렸는지, 더 바라거나 배우고 싶은 모습은 무엇인지를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는 단계, 마케팅 관점을 활용해 자신을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자소서를 쓸 때 유용한 접근법이 될 수 있다.


처음엔 다들 생소한 탓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는데, 차츰 빈칸을 채우며 자신감을 찾는 눈치였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반응에 여러 번 놀랐다. 발표를 듣고 제출한 자료를 보면서 요즘 젊은 세대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동시에 나의 20대는 어땠을까, 돌아보며 추억에 잠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소감을 3가지로 정리해 본다.



1. 나는 나를 얼마나 알까


우리는 의외로 자신을 잘 모른다. 학업으로, 업무로 바쁘게 생활하다 보면 그냥 떠밀려가듯이 사는 경우가 많다. 진지하게 자신을 대면하는 게 익숙하지 않거나 두려운 사람도 있다. 나이 든 세대에 비해 젊은 세대는 잠시 멈춰자신을 돌보는 일이 더 드문 것 같다. 앞만 보고 달리는 한창때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을 적어보라고 했더니, 다들 쉽게 풀어내지 못하고 고심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막상 발표를 들어보니 딴판이었다. 난데없는 이야기 세상이 펼쳐진 것이다. 역시 사람의 인생은 그 숫자만큼 다양하고 풍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표가 끝나고 소감을 말하는 시간, 이구동성으로 “내게 이런 멋진 순간이 있었다니” 하면서 놀랐다고 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내 젊은 시절보다 훨씬 생생하고 흥미진진했다. 나는 내성적인 성격에, 낯선 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성장이 늦은 편이었다. 20대에 들어선 공무원으로 30여 년, 결혼 후 한 아이의 아버지로 살았는데 지금 돌아보면 인생에 대해 얼마나 진지했는지, 의문이 든다. 나이 60을 넘고 은퇴할 무렵에야 자신과 세상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



2. 남들에게 배우고, 해보면서 성장한다


수업이 끝난 후 강의 평가를 통해 놀란 것 중의 하나는 ‘토론과 발표’에 대한 부분이었다. Me-마케팅 3단계 중 1, 2단계는 토론과 발표를 통해 이루어졌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실제 발표를 하면 잘하는데, 처음엔 상당히 어색해한다. 코로나 비대면 시대의 후유증에, 교양수업이라 전공이 다른 낯선 학생이 다수인 것도 이유였을 것이다.


강의 평가를 종합해 보니 ‘Me-마케팅과 발표’가 좋았다는 학생이 10명에 달했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막상 해보니 좋았다.”는 게 다수였는데, 다른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호기심이 발동하고 배운 점이 많았다고 한다. 반면 ‘발표 부담’을 밝힌 학생도 3명이어서 대면을 꺼려하는 세태도 여전했다.


발표 시간이면 나는 영국 유학 때 배운 방법을 즐겨 사용한다. 혼자가 아니라 ‘2인 1조’로 팀을 이루는 것. 2명이 서로 친해지면서 어색함을 줄이고 밀도 있게 알아가는 장점이 크다. 영국 수업에서 처음 만난 학생은 덴마크 출신의 피터였다. 북유럽 특유의 창백한(?) 듯한 하얀 얼굴에 늘 웃는 피터와는 이내 친해졌다. 2년 동안 종종 어울리며 펍에서 맥주를 마시고 여행도 다녔다. 피터는 한국 여학생과도 사귄다고 했는데, 소식이 끊긴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 동양에서 온 36세 늦깎이 남학생에게 가르침을 준 올리버 교수도 그리워진다. 한결같던 그의 친절함에 감사의 마음을 잊을 수 없다.



3. 나를 소개하는 일, 자신 있거나 관심 없거나     


최종 단계로 마케팅의 관점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Me-마케팅’이다. 마케팅의 관점이란 기업(상품)-고객(욕구)-유통이라는 마케팅의 3요소를 고려해 나를 보는 것이다. 나라는 상품, 나의 고객, 그리고 (고객에게 다가가는) 소통의 경로와 방법으로 적용해 볼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구조 체계 3요소인 주체-객체-매체에 해당한다.



마케팅의 3요소 ⓒ김성일



기말시험 문제에 포함된 Me-마케팅 답안지를 본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절반 정도의 학생이 기대 이상 열성적으로 자신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MBTI를 활용하는 건 요즘 기본이지만, 그들은 자신의 성격과 관심사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가족과 친구, 진로에 대해서도 자신감 있게 표현했다. 요즘 학생들은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보면 10~20분 만에 후다닥 문제를 풀고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혀를 차며 놀랄 일이지만, 이제 그러려니 한다. 근데 이번엔 끝까지 남아 빈칸을 꼼꼼하게 메운 학생이 셋이나 됐다.


절반 가까운 비율의 학생은 아쉽게도 반응이 달랐다. 20% 정도는 빈칸이나 한두 줄, 30% 정도는 기본적인 성의를 담은 소개에 그쳤다.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 아직 낯설고 어려운 일임을 반증하는 건 아닐까.



그냥 나의 인생을 살면 된다     


젊은 세대가 자신이 살고 싶은 미래를 말하면서 ‘평범한 인생, 특별한 굴곡이 없는 삶’이라는 표현을 종종 만난다. 나이 든 세대가 보면 조금 한심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우리 세대는 ‘호연지기(浩然之氣)’나 ‘Boys, be ambitious!(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같은 말을 들으며 꿈을 키웠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게 당연하고 그렇게 살아야 하는 줄 알았다.


송길영의 <시대예보: 핵 개인의 시대> (2023)는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나’이다.”라고 말한다.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존재의 의미를 갖고 주체적으로 살 수 있으면 충분하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효리 씨가 한 말을 소개한다. 길거리에서 만난 어린이에게 한 출연자가 “훌륭한 사람이 돼라.”고 했는데 이효리 씨는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장면에 많은 사람이 공감의 박수를 쳤다고 한다.

 

중요한 건 ‘나답게 사는 것’ 아닐까. 내게 맞는 삶, 내가 바라는 인생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를 잘 아는 게 우선이다. ‘Me-마케팅’ 3단계는 자신을 찾아가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나 자신과 내가 좋아하는 K컬처 스타를 보며 내 인생의 욕망과 취향을 돌아보는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의 진짜 모습이 하나씩 보이고, 살고 싶은 나만의 인생이 그려지기 마련이다.


꼭 좋은 자리에 오르거나 훌륭한 사람이 되려고 할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고 거기서 행복을 느끼면 된다. 이제부터 내 행복은 내가 정하는 것이다. K컬처에서 인생을 배운다.






* Me-마케팅 3단계에서 학생들이 보여준 구체적이고 생생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대한민국 젊은 세대에게 응원을 보내며, 함께한 학생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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