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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Jul 03. 2024

20대가 꼽은 내 인생 최고의 스타

내 인생의 스타 'Me-마케팅' 2

지난 봄학기 30명의 학생과 K컬처 수업을 진행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컬처의 다양한 이슈와 동향을 살펴보면서, 실제 우리의 생활과 인생에도 도움이 되는 점은 무엇인지를 찾아보려 했다. 'K컬처에서 배우는 인생'은 Me-마케팅을 주제로 ‘내 인생의 스타’를 찾아보는 3단계 작업이 핵심이었다.


자신을 돌아보고 왜 스타를 좋아하는지를 생각하며 나의 진짜 욕망과 취향을 들여다본다. ⓒ김성일


진행 과정과 발표 내용을 개략적으로 정리한 지난번 글에 이어, 이번에는 학생들의 구체적이고 생생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학생들의 이야기는 발표와 과제 제출, 기말시험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하고 종합했다. 세부적인 워딩은 가급적 그들의 원래 표현을 존중해서 정리했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자랑스럽게 느껴지며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싶다.



1. 내 인생 최고의 순간


1) 자기 결정

학생들이 꼽은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은 무엇일까. ‘진로 결정과 대학교 합격’을 꼽은 학생이 다수였다.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처음으로 스스로 결정을 내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긍심을 느꼈다는 것이다. “꿈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만난 행운에 감사한다고도 했다.


순간 내가 틀렸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대학입시, 전공 선택 시 적성보다는 ‘점수’에 맞춰 눈치껏 지원한 건 아닐까, 지레짐작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결정에 자부심을 가진 20대, 그들은 내 예상보다 훨씬 확신에 찬 최고의 순간을 떠올렸다.


2) 감사

다음으로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한 건 '고마운 사람'이다. 소중한 사람에게 이토록 감사를 전하는 학생을 만날 줄이야. 절로 가슴이 따뜻해지며 기분이 좋아진다.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감사 표현은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만이 가능하다. 나는 과연 그랬을까 의문이 든다. *아래는 학생들이 직접 표현한 문구.

- 항상 저를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고 믿어주셔서 부모님이 고맙고 존경스럽다.
- 아버지는 누구보다 나를 생각하고 조언해 주는 든든한 존재.
- 고1 때 파스타를 사주시며 좋은 말씀을 해주신 담임 선생님이 그립다.


3) 자유와 성장

역시 젊은이답다. 성인이 되어 금기에서 해방된 일이 강렬하게 남는다는 학생도 다수였다. 그중에선 단연 술과 여행이 최고. 인생의 새로운 장에 눈을 떠가는 순간은 누구나 잊을 수 없을 것이다.

- 친구들과 20살 되고 처음 술집에 간 일이 기억에 남는다.
- 친구들과 술 진탕 마시고 놀던 일이 잊히지 않는다.
- 술에 취하면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기에 기대감이 크고 즐거웠다.


여행의 순간과 추억을 돌아본 학생도 많았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날것의 세상과 부딪치며 한 단계 성장하는 게 여행 아닌가.

- 혼자 10박 11일 동남아 여행을 한 내가 자랑스러웠다.
- 여행 가보면 내 고민이 별 거 아니게 느껴져 여행을 좋아하게 됐다.
- 첫 해외여행 다녀온 뒤 느낀 평화로움이 좋았다.


때로 남들에겐 특별할 것 없는 어떤 순간이 기억 속에 오래 남기도 한다. 한 학생이 적은 것처럼 “중3 때 학교 끝난 후 걱정 없이 강당에서 놀고 분식집 가던 순간”처럼 말이다. 잠시 멈춰 서서 과거를 돌아보면 행복한 순간은 우리 인생 곳곳에 여운처럼 머문다. 문득 잊고 지낸 그 순간은 이렇듯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위로하는 것 아닐까.



2. 내가 좋아하는 K컬처 스타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존재인 수많은 스타, 학생들은 ‘나의 최애 K컬처 스타’로 누구를 꼽았을까. 블랙핑크, 아이브, 백예린, 라이즈, 아린(오마이걸) 등 K팝 스타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학교 축제에 와주면 좋겠다.”는 희망도 이어졌다. 다음은 연예인(예능인)으로 차은우, 강호동, 백종원, 마동석, 차승원 등. 스포츠 스타로는 손흥민, 이강인이 올랐다. 별처럼 많은 스타라 그럴까. 2표 이상 복수표를 얻은 경우는 딱 1명, 차은우였다.


스타는 최고의 재능으로 이미 인기 정상에 오른 프로 중의 프로다. 그들을 좋아하는 이유로 학생들은 무엇을 꼽았을까. ‘열정, 겸손과 배려, 철저한 자기 관리와 프로의식’에 주목했다. ‘스타에게 배우고 싶은 점’은 결국 ‘우리가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스타 마케팅’이 ‘Me-마케팅’으로 연결되는 이유다.

- 아이브, 자신감을 갖고 악플에 실력으로 맞서는 태도.
- 위너 강승윤, 사소한 것까지 최선을 다하며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모습.
- 블랙핑크, 프로다운 태도와 글로벌 소통 능력이 좋다.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희망한다.
- 잘생긴 차은우, 철저한 자기 관리와 겸손함이 매력이다.
- 백종원, 요리 능력은 기본에다 쿨하고 유머 넘치는 성격을 본받고 싶다.
- 차승원, 영화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함께 중년의 퇴폐미 같은 남성적인 면모를, 방송에서는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행동으로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 손흥민, 인성과 팬서비스가 좋고 주위를 잘 챙기는 것이 멋지다.



3. 내 인생 최고의 스타


이번 마케팅 3단계의 클라이맥스는 'Me-마케팅'. 상품, 고객, 유통이라는 마케팅의 관점에서 자신을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작업이다. 학생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기대 이상 열성적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그룹이 절반, 기본적인 성의 표시에 그친 경우가 3분의 1 정도였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대면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학생들의 반응을 요약하면 '자신이 넘치거나 또는 관심이 없거나'. 자신 있게 소개한 학생들은 자랑스럽다는 표현을 스스럼없이 할 정도로 자존감이 높아 보였다. '자뻑기질'이 보인 경우도 있었으나, 요즘 젊은 세대 특유의 개성과 발랄함이 드러나서 좋았다.


1) 최고의 친구는 나

결과를 종합해 본 결과, 자신을 잘 파악하고 있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고심한 학생이 많아 놀랐다. 감탄할 만한 표현 어구나 문장도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자신을 아는 학생들은 자기 확신과 자긍심이 넘쳐 앞으로 그들의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감이 들었다.

- 나는 나무늘보, 귀차니즘에 빠졌다.
- 욕망의 항아리, 나는 욕심이 많아서 고민이다.
- 나는 말이 많아 어색할 틈이 없다. 노래를 좋아해 분위기를 잘 띄운다.
- 잘생기고 키가 큰 나, 성격이 쿨하고 공감을 잘한다.
- 처음 보는 사람과 즉흥적 대화에 익숙하고 분위기 바꾸는 걸 잘한다.
- 나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워 무대 경험이 많고, 노래도 떨지 않고 부를 수 있다.


2) 긍정적인 자세

인생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인상적인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그런 학생은 미래에 대한 의욕과 열정도 강하게 느껴졌다. 젊은 시절, 내게도 이런 친구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나의 인생은 ‘바닷물’, 몇 번 넘어져도 일어서고, 시간이 지나면 잔잔해진다.
- 나는 매사에 긍정적이고 남을 배려한다. 언제나 친구들에게 자상하게 말하며 아무리 친해도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 일단 하자, 시작하면 어떻게든 된다.


3) 전공 선택과 뚜렷한 직업관

자신감이 강한 학생은 진로와 인생관이 뚜렷해 대견하고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일은 자신을 잘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 나는 남의 말을 경청하고 눈을 잘 마주칠 정도로 소통을 잘해서 간호사에 자신 있다.
- 나는 후각과 미각에 민감하다. 전공인 식품조리에 적합해 자신이 자랑스럽다.
- 나는 손이 빠르고 타인을 돕는 데 성취감을 느낀다. 물리치료학과를 선택하길 잘했다.



나의 20대는 과연 어땠을까


요즘 젊은 세대를 대하니 문득 내 젊은 시절이 떠올랐다. 나는 얼마나 자신과 미래에 대해 진지했을까. 사실 대학 진학 때 전공에 대한 지식도 부족했고 소신 있게 선택하지도 못했다. 자신을 대면하는 일은 더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 진로를 두고 방황하면서 학교 생활과 전공에 재미를 붙이지 못한 것이다. 그나마 뒤늦게 선택한 공직에 적응하면서 30여 년을 평생직장처럼 일했다. 하지만 지금의 생활이 가장 즐겁고 만족스럽다. 지난해 은퇴 후 책을 읽거나 평생학습 강좌를 듣고, 한편으로 대학 강의를 하면서 글을 쓴다. 60을 넘어서야 내게 맞는 옷을 찾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젊은 시절, 감사의 마음 표현은 어땠을까. 2011년에 작고하신 아버지 생전에 진지하게 말씀드린 기억이 희미하다. 오히려 마음 한편에 원망이나 서운한 생각을 갖고 살았던 건 아닌지 후회가 된다. 생각해 보면 아버지 또한 불운한 시대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고단한 삶을 살다 가셨다. 늦었지만 힘겨운 인생을 헤쳐온 아버지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대한민국 젊은이에게 응원을


이 글은 K컬처의 Me-마케팅 수업에 적극 참여한 학생들의 답변이 중심이다. 지금 젊은 세대의 일반적인 의견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삶과 세상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자신을 대면하며 자신감 있게 운명을 헤쳐나가려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희망과 위안을 본다.


대한민국 젊은 세대를 응원하며, 함께한 학생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 Me-마케팅 과정 전체를 소개한 지난번 글

https://brunch.co.kr/@sik2038/171








*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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