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사는 격동과 성장의 역사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고난의 시기 이후 1960년대 아프리카 수준의 최빈국에서 불과 30여 년 만에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1996년 선진국 진입의 관문으로 평가받는 OECD에 가입한 것이다. 여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기적의 역사, 드라마 같은 성공스토리다.
한 나라의 역량과 성취는 문화로 꽃을 피운다. 1990년대 말 ‘한류’가 태동한 배경이다.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인기를 끈 한국문화 현상은 이제 ‘K컬처’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화제로 오르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은 ‘감탄과 동경의 세계’로 떠오르고 있다. 뭔가 신박하고, 재미있으며, 역동적인 이미지로 세계인들의 뇌리에 각인되고 있는 것이다.
K컬처 붐을 앞장서 이끈 건 대중문화의 3대 장르로 일컬어지는 음악, 영화, 드라마다. 누구나 쉽게 빠져들고 문턱 없이 공감하는 분야다. 한류 태동 이후 20여 년 만인 2020년 무렵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세계 무대의 공인을 받았다. 빠른 시대 변화와 거센 개방의 파고 등 위기와 도전을 이겨내고 이뤄낸 성과다.
20여 년 만에 이룬 성과, 우리 자신도 믿기 어려울 때가 있다. ⓒ김성일
K컬처의 성공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한국 현대사의 독특한 경험은 한국 문화의 역량 축적과 도약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모두 한국인의 삶의 모습과 떨어져 있지 않다. 우리의 삶과 문화, 역사가 상호 긴밀하게 연결된 채, 서로 영향을 미치며 발전한 것이다. K컬처에서 인생을 배워야 하는 이유다.
K컬처에서 배울 만한 7가지
<K컬처와 인생> 연재를 통해 시시각각 K컬처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슈를 점검하고, 우리 자신의 성장을 위해 배워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봤다. 개략적인 내용을 도식화해 다음과 같이 7가지로 정리한다.
문화와 인생은 닮은 점이 많다. K컬처에서 인생을 배운다. ⓒ김성일
K컬처를 분야별로 나눠보면 변화 읽기와 기획부터, 마케팅, 홍보, 이벤트, 정책까지 우리의 일상과 삶의 여정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우리 인생의 길잡이가 될 다양한 전략과 방법론을 확인할 수 있다. 시대 변화를 읽고 방향을 설정하는 기획단계부터, 소통과 공공 마인드의 유지까지 그 내용은 다채롭고 유익하다. Me-마케팅을 통해서는 나를 돌아보고 최애 K컬처 스타를 살펴보면서 고객과 소통하는 나만의 정체성을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K컬처와 우리 인생을 연결하는 일은 지속가능한 K컬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문화는 사람들의 삶과 끈끈하게 연결된 채 함께 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자화상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 3명 중 1명은 “한국인인 것이 싫다.”라고 해 충격을 준다. 경쟁이 심해 피곤하다는 이유다. (*동아일보, 2023년 전국의 18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삶의 만족도 또한 OECD 38개국 중 36위에 그칠 정도로 최하위권이다.
한국외대 이지영 교수는 “K콘텐츠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더라도 그 관심과 사랑을 유지할 수 있으려면 결국 우리 사회가 진짜 매력적인 사회가 돼야 한다.”라고 말한다. (세계일보 2024.7.19.). 홍대 주변을 비롯해 성수동, 익선동 같은 서울의 핫플에는 요즘 외국인 관광객이 넘친다. 그들의 발길이 계속되려면 한국인과 한국 사회가 끊임없이 흥미롭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보여주기 위해서라기보다 우리 자신이 행복하게 살면 된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누굴까
2024년 봄 하이브와 어도어(민희진)의 폭로전이 거셀 무렵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SM 소속 에스파를 언급하면서 나온 카톡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뉴진스 데뷔를 앞둔 시점에 민희진 대표에게 보낸 메시지, “에스파, 밟으실 수 있죠?” 정작 당사자들은 생각이 달랐다. 에스파의 카리나는 “뉴진스와 대기실에서 만나면 같은 동료로서 하트를 주고받을 정도로 관계가 좋다.”라고 말했다. 멤버인 닝닝 또한 “각자의 개성이 있어 서로 비교할 수 없고, 우리의 경쟁상대는 과거 자신뿐이다.”라며 웃었다고 한다.
이 얼마나 멋진가. 우리의 젊은 세대는 오늘도 여전히 도전과 의욕을 키우며 자신의 삶을 개척해 간다. 경쟁이 일상화된 한국 사회의 현실을 힘들어하면서도 그 속에서 꿈과 우정을 키워가는 것이다. 그들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우리 사회와 국가가 할 일이 많다는 걸 실감한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다른 나라, 다른 사회, 다른 문화권이 아니고, 결국 우리 자신이다. 우리의 과거, 어제의 나야말로 경계하고 넘어서야 할 대상이다. 날마다 조금씩 성장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일상과 삶이 자연스레 행복해진다. 그래야 K컬처 또한 오래도록 세계인의 마음속에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인의 DNA에 내재된 흥과 역동성이 K컬처의 미래를 열어갈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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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회를 끝으로 <K컬처와 인생>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그간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기회가 되는 대로 출간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K컬처에 관한 글은 <K컬처 노트> 매거진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건강한 여름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