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사적이거나 시적이거나
소가 될 뻔한 부부
by
김성일
Mar 14. 2021
아래로
시골에서 택배가 왔다
사시사철
어머니의 밭에서는 초록이 쑥쑥
상자에는 갓 옮겨온 상추가 가득
쑥갓 머윗대 오이
깻잎도 파릇파릇
서울 어느 아들네가
부산하다
상추를 씻다가
숨어있던 달팽이에 어맛 어맛 놀라고
된장에 다진 마늘 약간,
참기름 살짝 버무린
데친 머윗대
나물은
입안에 쌉싸래하니 군침이 사르르
입맛 돋우는 데는 최고지
봄만 되면
우리 엄마도 머윗대 나물해주셨거든
여자가 말한다
촉촉한 상춧잎 사이에
살던 달팽이는
베란다 화분에 새 둥지를 튼다
푸성귀를 좋아하는 부부
어스레 새벽
이슬 맞던 상추는
도시의 식탁에서
갑자기
아침 샐러드가 되고
저녁엔 겉절이로 올랐다가
쓰르릅 쑥갓과 함께
한입 쌈이 되어 주말을
채운다
벌써 며칠째
부부가 웃으며 말한다
이러다 우리 소 되는 거 아냐
참,
소가 웃겠다
소가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그렇게 고기 찾다가
푸성귀 몇 번 먹곤 친한 척한다고
어머니는
오늘도 밭에 계신다
한결같은
어머니의 노고
늘
마음 깊이 감사드려요.
- 소가 될 뻔한
복 받은 부부 올림
keyword
어머니
주말농장
상추
36
댓글
5
댓글
5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김성일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연구자
K컬처, 삶을 말하다
저자
어제보다 새로운 날을 위해 글을 읽고 쓰며 생각을 나눕니다. 지금 여기의 소소한 일상을 즐기며, 오늘도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팔로워
1,345
제안하기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바다가 비린 이유
별 거 없어요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