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거 없어요

by 김성일

아침마다 여기로 나와요


텃밭 가꾸는 게

일이라고 생각하면 힘들어서 못해요

그냥 좋아서 하는 거죠

밥 먹을 때 놓치기도 하면서요


농사짓는 사람이라

그냥 흙 만지면 좋아요

떡가루 만지는 거 같거든요

보들보들 포슬포슬해요


5만 원 10만 원

돈 더 벌어서 뭐하겠어요

때 되면

상추 고추 부추 오이 따서 반찬 만들고

가끔 동네 사람들하고

있는 거 나눠 먹을 수 있으면 좋죠


인생이 일만 하면 재미없거든요

녹슬지 않게만 움직이고

적당히 기름칠해주면 돼요


하루 해 저물면

이렇게 둘이 밥 먹으면서 얘기하고


뭐 별 거 있겠어요

이런 게 행복이제


누구 부러울 것도 없고

신경 쓸 일도 없어요





따사한 볕,

깨어나는 들녘에서 농부가 흙을 고르고 있다

손으로 몸으로 땅 속의 기운이 퍼진다


시간이 멈춘 어느 날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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