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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Feb 20. 2022

취하지 않기 위해 마신다고?

예전에 술은

취하기 위해 마셨다.

부어라 마셔라

술잔이 돌수록 시간을 잊고 세상을 잊었다.

참 아득하다.

'개인별 음주 총량제'가 있다면

그 시절 이미 초과 달성하지 않았을까.


그래도 아직

술을 마신다.

최대한 정중하게

경배하는 자세로 영접한다.


이제는 가를 만나기 위해 마신다.

흐르는 간 따라 아스라이

오래 잊었던 사람을 하나 둘 만난다.


첫사랑, 어린 그녀

락이 끊긴 친구

갑자기 사고로 떠난 아버지

내 안의 작고 겁 많던 소년을 만나기도 한다.

오랜만에 그들과 만나 이야기한다.

그러다 시간을 잊는다.


취하는 게 지 아쉽다

해서 뭔가를 잊는 게 어쩐지 아까운 것일.

그냥  순간을 바라보고 싶다.

누군가와 더 오래

지금을 나누고 싶은  것이다.

마음은 천천히 열리고

세상이 한없이 넓어지는 그런 순간이 좋은 닭이다.


오늘은 오래 잊었던

누군가를 날 수 있어 좋다.

잊지 않기 위해 마시는 

취하지 않으니 행복하다.


지금

당신을 찬찬히 볼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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