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담갔다.
쉽게 생각했다.
어머니가 김장 때 만드신 양념이 냉동실에 있었기 때문이다.
소금에 절인 배추에
버무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포기 배추도 아니고 마트에서 데려온 알배기 네 포기뿐이다.
근데 하루 종일 은근히 일이 많다.
냉동실 양념은 녹아야 하고
아침에 소금물에 잠긴 배추가
숨이 죽기까지는 제법 기다려야 했다.
태양 빛을 듬뿍 담은 신안의 천일염은 스며드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양념에 맛을 더 낸다고 욕심을 좀 부렸다.
배와 사과, 당근도 채 썰어 넣고
통영에서 올라온 싱싱한 굴도 갈아 넣었다.
해 질 녘이 다돼서야 버무리기 시작했다.
기왕 하는 것
아들에게도 보내 주려니 손이 꽤나 갔다.
김치라면
어머니가 해주시던 김장 김치나
가끔 시장에서 사 먹는 서울식 김치가 전부였다.
늘 남의 손을 거친,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음식이었다.
내가 담근 김치를 맛보면서
음식이 우리에게 주는 힘을 새삼 느낀다.
시간과 정성에서 맛이 나온다는 걸 알게 된다.
힘은 들었어도 어디선가 조금씩 에너지가 솟는 것 같다.
살아있는 맛이란 게 이런 걸까.
아삭아삭 입안에 감겨드는 음식이
먹는 사람을 천천히 어루만지는 걸 느낀다.
온몸 구석구석으로 매운 듯 맛있는 그 맛이 알싸하게 퍼져간다.
참 사랑스러운 맛이다.
최고의 힐링은
음식을 정성스럽게 만들고
그 음식을 같이 나누어 먹는 것이라고 한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무엇이든 맛있는 걸 먹을 때
나는 속으로 나지막이 되뇐다.
이 맛이야.
지금 이대로가 좋아.
살아있는 이 맛을 느끼는 거야.
먹을 때
인간이 즐거운 이유를 알겠다.
우리가 행복해지는 길이란 게 멀지 않다.
김치로 행복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