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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이타임 Aug 14. 2021

작은 행동이 가진 힘

작은 행동 속에 진심이 있다

 01. 약속


 어린 시절 아빠는 주말마다 나를 데리고 산에 갔다. 대부분 똑같은 산을 오르내리는 일이었지만 어른이 되고 나니 알았다. 모처럼 쉬고 싶은 주말에 자식을 데리고 산에 간다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한 번은 태풍이 지나간 뒤였는데, 하필이면 정상까지 가자고 약속한 날이었다. 나무가 쓰러져 있어 길이 험했다. 아빠는 어린 나를 업고 산에 올랐다. 아무리 어린애였어도 약속을 포기하고 중간에 돌아올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넘어진 나무를 넘고 또 넘어 정상을 찍고 내려왔다.


 그때 일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아빠를 보며 나는 무수한 말만 내뱉었던 사람은 아니었는지 반성하곤 한다.


02. 사이다 한 병


 동생이 생기고 자란 후에도 등산은 자주 있는 일이었다. 항상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면 백숙 냄새가 나는 산장에서 초록색 사이다 한 병을 사주셨다. 나 한 컵, 동생 한 컵. 아빠는 마시지 않았다.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사이다 한 병이었다.


 지금은 사이다 100병도 사 먹을 수 있다. 이상하다. 아무리 먹어도 그때 그 맛이 안 난다. 사이다엔 아빠가 흘렸던 땀과 조금은 동생에게 더 부어주었을 애틋함이 담겼다.


 이젠 산에 가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 하는 사람이 되었고 사이다 대신 맥주를 기울일 만큼 시간이 지났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 작은 행동이 가진 힘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말한다. 정상이 어딘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정상까지 가자고 했던 약속, 한 병에 천 원짜리 사이다는 소박했지만 지금은 진한 의미로 다가온다.


 작은 행동 속에 큰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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