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식이타임 Aug 20. 2021

엄마는 엄마의 엄마를 닮았다

외할머니와 엄마

 오랜만의 저녁식사시간, 엄마의 얼굴을 보니 외할머니가 문득 떠올랐다. 예전엔 몰랐지만 엄마는 나이가 들수록 외할머니를 닮아간다.


"엄마, 갈수록 외할머니랑 닮아가는데?"

"그래?? 딸은 아빠 닮아야 잘 산다던데."


 외갓집에 가면 할머니는 장작불을 때어 음식을 해주신다. 기가막히게 양념이 베인 생선조림은 평소 물고기에 손도 안대는 나를 무너지게 만들었다.


 우리 집 식탁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음식은 할머니의 손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할머니가 만든 된장, 고추장, 김자반. 내가 좋아하는 김치찌개에 들어가는 배추김치도 할머니가 키워낸 재료에서 탄생한 것이다. 같이 살지는 않지만 할머니의 손으로부터 나온 것들을 먹고 자랐으니 키워주셨다고 해도 무방하다.


 언젠가 외할아버지께서 병원에 입원하신 날, 병문안을  내가 기특했는지 편의점에 데려가 주셨다. 그땐 초등학생 주제에 어른스러운 척하고 싶어 적당히  비싼 과자를 골랐지만 계산대 옆 노란불  속에 춤추고 있는 닭꼬치가 눈에 아른거렸다. 할머니는 나의 간절한 시선을 느끼셨는지 말없이 닭꼬치를 사주셨다.


 돌이켜보니 생김새만 닮은 건 아닌 것 같다. 딸은 엄마의 인생을 닮는다는 말처럼 두 분 다 잔소리랑 거리가 멀다. 묵묵히 가족을 생각한다. 아무튼 나는 이분들을 만나 복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엄마는 엄마의 엄마를 닮았다.
이전 04화 아빠도 꿈 하나쯤 품고 산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