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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이타임 Dec 08. 2021

당신과 결혼을 한다

행복한 결혼은 약혼한 순간부터 죽는 날까지
지루하지 않은 기나긴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

-앙드레 모루아-


 '나는 과연 어떤 사람과 결혼하게 될까?'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져왔는데 결혼이 3일 남았다. 도무지 실감이 나질 않는다. 오히려 친구들이 결혼이 코앞이라며 자기가 다 떨린다고 설레발이다.


 사실, 이렇게 빨리 결혼하려던 생각은 아니었다. 내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보자고 이야기하던 찰나 고민할 새도 없이 아이가 생겼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지만 어루만질 여유가 없었다.


 결혼을 준비하는 것도, 한 생명을 마주하는 일도 어색했으나 가족들의 도움과 친구들의 응원 속에 하나씩 부딪혀 갈 수 있었다. 사진작가인 삼촌과 웨딩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온 동생 덕분에 준비가 수월했다. 부쩍 무거워진 어깨와 함께 먹먹한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부모님은 엄하면서도 따뜻하게 격려해주셨다.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불쑥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울고 웃으며 하나씩 해결해갈 수 있었다. 속도위반도, 어른들의 잔소리도 어쩌면 우리가 가진 마음의 깊이를 시험했는지도 모른다.


 "오빠는 나랑 결혼하는 거 후회 안 해?"


 결혼 준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갈 때쯤 그녀가 물었다. 아이가 생겨서 급하게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정말 본인과 결혼해도 괜찮냐는 것이었다.


  그녀를 만난 지 6개월. 우린 처음 만난 날 사랑을 시작했다. 그녀의 인생을 분주히 읽어갔고 어려움 속에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던 그녀가 존경스러웠다. 누군가는 얼마 만나지도 않았는데 성급한 게 아니냐고 물었지만 그만큼 우린 이해타산 없이 사랑했다.


 "당연하지! 너는? 나랑 결혼해도 괜찮아?"라고 묻는 말에

 "나야 뭐 완전 이득이지!"라며 밝게 웃는 그녀.


 지루하지 않은 대화를 나누고,

 평생 웃게 해주겠다는 다짐과 함께,


  당신과 결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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