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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이타임 Dec 21. 2021

집을 짓자고 생각했다

추억이 담긴 집

 아내와 미래를 그리며 줄곧 나눈 이야기는 집을 짓자는 것이었다. 말로만 내뱉었을 뿐 집을 지으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잘 모른다. 구체적인 계획도 없다. 다만 아내는 큰 창문이 있는 집을, 나는 세상에 하나뿐인 집을 짓고 싶다는 꿈이 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집은 주택이었다. 2층엔 친척들이 살아서 종종 나와 동생을 돌봐주시기도 했고 맛있는 음식을 하면 나눠먹으며 한 가족처럼 지냈다. 가끔 도둑고양이가 보일러실에 새끼를 낳아서 보금자리를 제공한 날도 있었다. 옥상엔 아빠가 만들어 놓은 편상에서 친구들을 초대해 고기를 구워 먹기도 했다. 그곳에서 친구들과 마셨던 수능 100일주(酒)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마당엔 감나무가  그루가 있었다. 여름이면 감나무 그늘 아래에서 할아버지께서 만들어주신 고무대야 풀장에 들어가 더위를 날렸다. 가을엔 제법 열린 감들을 따서 가족들과 나눠먹기도 했다. 어느 해엔 태풍으로 감들이  떨어지고  개만 남아있었는데 홀로 영양분을 흡수해서 배만큼 자랐던 감이 인상적이었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집이었지만 곳곳에 진한 추억이 담긴 집이었다.


 지금 부모님과 지내고 있는 집 역시 주택이다. 쉬는 날도, 출근 전에도 항상 집 주변에 풀을 메고 지붕에 쌓인 낙엽을 치우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이렇게 귀찮게 일할 바엔 아파트에 사는 게 훨씬 낫지!"라고 말했지만 살아온 환경의 영향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앞으로의 추억이 듬뿍 담길 집을 원한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집을 짓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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