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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이타임 Jun 17. 2021

스물의 연애가 내게 준 것

지금 이 순간

 더운 날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걷던 중 길었던 나의 스물의 연애가 생각났다. 이 맘때쯤 시작되었다. 더워도 힘든 줄 몰랐고 더위를 뛰어넘을 만큼 소중했었던 시간들이.


 참 서툴기도 했고, 어리석기도 했다. 내가 아닌 그녀의 '완벽한 이상형'이 되고 싶었다. 나를 잃어가며 가면을 써야하는 일이었다. 세상의 모든 사실들이 우리는 인연이라는 걸 증명하길 바랐다. 다름으로 인해 생기는 다툼은 헤어짐이라고 생각했던 날도 있었다.


 숱한 실패의 과정 덕분에 이젠 가면 따윈 쓰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완벽한 모습이 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숨기기보다는 나를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다. 동시에 다름이라는 걸 포용할 줄 아는 용기가 생겼다. 포기를 모르는 사랑은 그대로다. 다만 뜨겁게 사랑하되, 나를 잃지 않는 뜨거움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인연을 만났다. 첫날, 약속이라도 했다는 듯이 손을 잡고 걸었다. 간만의 연애스토리를 들은 친구들이 '앞뒤 안가리는 스무살의 연애 같다.'며 놀리기도 했다. 그동안의 헛헛함을 위로해주는 말이기도 했고, 이리저리 재지않는 마음이 부럽다고 들리는 표현이기도 했다.


 그랬으면 좋겠다. 겪었던 실패들이 지금의 사랑 앞에서 진가를 발휘했으면. 증명하고 싶다. 너무 아파서 흘렸던 눈물들이 오늘을 위해 꼭 필요한 자양분이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스물의 연애가 내게 준 것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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