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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이타임 Jul 02. 2021

서운함은 사랑을 의미했다

서운함을 고백할 때

 서운함이라는 감정을 처음 느꼈던 때가 언제였을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표를 보며 혼내던 아빠의 모습이었는지. 좋아하는 사람이 나와의 약속을 잊어버렸을 때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나도 모르는 사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던 것. 서운함이라는 감정이었다.


 서운함이라는 건 완벽하지 못한 관계에서 흘러나오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관계라면 서운할 틈도 없을 거라는 비현실적인 완벽주의자 그게 나였다. 누군가 내게 던지는 서운함을 관계의 삐덕거림으로 받아들였던 날들. '서운함'을 '화냄'으로 무마했던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르겠다. 온 힘을 다해 거부했다. 내가 느끼는 서운함 마저.


 나쁘다고 느꼈던 감정들이 절대 나쁜 것 만으로 남지 않았던 경험 덕분인지 조금씩 서운함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기대가 없다면 서운함도 없다는 걸 사랑하는 사람들이 알려주곤 했다. 때론 그들처럼 사랑하는 마음을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 서운함을 고백하는 용기가 필요했다.


 온종일 머릿속을 맴돌던 서운함에 대하여 사색한 날이었다. 시간이 더해질수록 분명해진다.


서운함은 사랑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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