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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이타임 Dec 22. 2021

알 수 없는 인생

 대학시절 우리 과엔 여학생 20, 남학생 9  29명의 학우들이 있었다. 남자애들은 철이 늦게 든다는 말이 맞는  같다.  강의실 뒤편을 차지했고 수업보다는 매주 나오는 따끈따끈한 웹툰의 내용이 주된 관심사였으며 학교가 끝나면 날이 새도록 떠들고 노는 것이 인생의 낙이었다. 날이 좋아서, 벚꽃이 펴서, 그냥 함께라는 사실이 기뻐서 수업을 빠지곤 했다. 몇몇 친구들은 어린애 같은 우리를 한심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다른 대학교와는 달리 한 학기가 끝나면 성적표에 등수가 찍혔는데 대부분 남학생들이 21등부터 29등을 차지했다. 우리는 21등을 한 친구에게 "와, 이번에 이틀간 벼락치기하더니 네가 남자 중에 1등이네!"라며 서로 아낌없는 축하의 박수를 나누곤 했다. 간혹 남학생 최고 성적이 21등을 돌파한 학기엔 우리의 철옹성 같은 후방 수비벽을 비집고 들어온 학우가 누군지 미스터리였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수업 풍경이었다. 절반은 핸드폰을 보고 절반은 자취방에 모여 밤새 고스톱을 치느라 엎드려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교수님은 말씀하셨다.

 "재네들이 아무 생각 없어 보이지? 두고 봐, 나중에 다들 한 자리씩 하고 있을걸?"


 수업을 열심히 듣지도 않은 우리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날리는 교수님을 보며 잠시나마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말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한 번의 탈락도 없이 임용고시에 통과했다. 각자의 스타일로 눈앞에 사람들과 마주하며 서있다. 6수 끝에 교대를 온 동기형은 교사를 관두더니 잘 나가는 사업가가 되었다. 숱한 사랑의 실패를 기록하던 녀석이 우리 중에 가장 먼저 결혼에 골인했고 애가 벌써 4살이다.


 "인식하기 전에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사실, 나 역시 철없던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며 미래를 섣불리 판단했다. 생각 없이 보였던 본인들은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었고 자신만의 방식과 속도로 성장했다. 그래서 이젠 누군가의 인생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응원하는 연습을 하고자 한다.


 우리 모두 가치 있는 사람이며,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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