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쓸수록 행복하다는 생각
코로나19에 확진되었다. 감기에 걸린 듯 아프다는 사실을 제쳐두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이유는 10일이라는 자유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글을 쓴다던지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다던지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일들을 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시간이 넉넉하다는 방심 때문이었을까? 느지막이 잠에서 깨어나 보내는 하루하루는 빠르게 흘러갔다. 어느새 몸은 이불 밖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지에 이르렀으며 무거운 책보다는 손에 쥐기 쉬운 유튜브 영상들로 시간을 채워갔다.
순식간에 자유시간을 흘려보내고 나니 마음이 허했다. 시간이 많다고 뭐든지 할 수 있는 건 아니구나. 오히려 바쁜 일상 속에서 해냈던 작은 성공들이 큰 의미로 다가왔다.
그저 헛되이 흘러간 시간 었다고 치부하지 않기 위해 '많을수록 좋을 거라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기회였다고 포장을 해본다. 돈은 많아본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시간에 담긴 의미는 조금 알 것 같다.
밤늦게 일정을 마치고 나누는 가족들과의 대화. 주말 아침잠을 이겨내고 나가는 축구경기. 점심시간 끼니를 간단히 해결하고 끄적이는 글. 여유로움 속에 진한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했던 일들.
'많이 가져서'가 아닌 '잘 써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무엇이든 잘 쓰며 살아가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