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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이타임 Mar 12. 2022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듣기 좋은 잔소리

 "쉬는 날은 그냥 편하게 쉬지 왜 자꾸 일을 만들어요?"


 휴일에도 불구하고 분주히 집 주변을 누비는 아빠에게 했던 말이다. 장사를 하는 아빠는 하루 열 두 시간 가까이 일하고 일주일에 하루를 쉰다. 그럼에도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집 주변에 자라난 풀을 메고 텃밭을 가꾸고 지붕에 쌓인 낙엽을 치운다. 잠을 자거나 누워있는 시간에도 팟케스트로 무언가를 듣고 있는 아빠를 보면 48시간 같은 24시간을 사는 사람 같다.


 사실, 나는 이런 아빠의 모습을 꽤 닮았다. 대학에 가면 꼭 하고 싶었던 축구동아리, 기타동아리를 가입하며 낮엔 운동장을 누비고 해가지면 연습실에서 하루를 불태웠다. 자의반 타의반 학생회 일을 맡고 주말엔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모습을 보며 친구들은 '난 가만히 있어도 피곤하던데 넌 왜 이렇게 자꾸 뭘 하냐."고 혀를 내둘렀다.


 늘 방학이 다가오면 친구들을 데리고 떠날 계획을 세웠다. '꽃보다 청춘'이라는 프로그램은 나의 청춘세포를 자극했고 여행경비를 벌기 위해 건전지 공장에서 일했던 날이 꽤나 있다. 대부분 자린고비 여행으로 배가 고픈 일정이었으나 웃음 가득했던 바게뜨 빵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훗날 가만히 있질 못한다고 구박했던 친구들은 덕분에 대학시절이 즐거웠다고 회자했다.


 여전히, 무엇을 할지 찾아다니며 움직인다. 주말 아침엔 아내의 늦잠을 틈타 친구들과 풋살경기를 하러 나가기도 하고 지인들을 만나 대화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조금 여유가 있을 것 같은 날이면 어디든 떠날 궁리를 멈추지 않는다.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라는 장기하의 노래가 나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 처럼 들린다.


왠지, 나는 이런 잔소리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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