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빵을 사온 이유
요즘 어느 편의점을 가던지 '000빵 없어요.'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어린 시절 스티커 모으는 재미로 먹곤 했던 000빵이 역주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임신 중인 아내는 띠 부실은 필요 없고 000빵 중에 초코 롤빵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아내가 먹고 싶다는 건 뭐든지 사다 주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000빵을 구하기 힘들었다. 사실, 빵을 찾아 이곳저곳 찾아다니거나 줄을 서고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아내는 "왜 000빵을 찾아주지 않는 거야!"라고 장난 섞인 투정을 부리며 당근 마켓에 올라온 건 없는지 찾아보기도 했다.
어느 날 부모님과 식사를 하던 중, 아빠는 요즘 마트 앞에 사람들이 000빵을 사러 줄을 서고 기다린다며 본인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빠는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도 장사꾼의 상술이라며 잘 챙기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아빠에게 "000빵 중에 초코 롤빵이 얼마나 맛있는데요! 요즘은 먹고 싶어도 사 먹을 수 없어요."라고 이야기했다.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아내는 "여보, 아버님이 000빵 사 오셨어!"라고 자랑했다. '내가 잘 못 들은 건가?' 알고 보니 며느리가 000빵을 먹고 싶다는 말에 마트에서 한 시간을 기다려 사 온 것이다. 1인당 1개를 살 수 있었음에도 정확히 초코 롤빵으로 골라왔다. 아내는 어렵게 구해온 빵을 먹기 아까웠는지 아직 뜯지 않고 아껴두고 있다.
아빠의 가치관을 움직이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말이 틀리지 않은걸까. 아버지가 이해할 수 없다던 사람들이 생각났다.
어쩌면, 줄을 서서 빵이 오길 기다리고 있던 이들 모두
각자만의 애틋한 사연이 있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