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여자 친구가 며칠 째 생리를 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다. 급격한 피로감과 함께 속이 울렁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피하는 걸 보니 불안한 마음은 틀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검사 결과는 두 줄. 부랴부랴 산부인과로 향했다.
"7주입니다."
임신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콩알만 한 생명체의 쿵쾅거리는 심장박동이 들리기 시작했다. 분당 148번을 뛰는 빠른 움직임이었다. 내 심장소리도 이렇게 생생하게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갑자기 누군가 어깨를 짓누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기뻐할 일을 온전히 기뻐할 수 없는 내가 미웠다.
시끌벅적한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장면처럼 속도위반이지만 틀림없이 사랑한다며 결혼 허락을 구했다. 왠지 어디서 봤던 것처럼 무릎을 꿇어야만 할 것 같아 그렇게 했다. 그다지 효과는 없었지만 결국 결혼을 했으며 다음 달엔 찰떡이가 태어난다.
"며칠 내내 떠올리려 노력했던 아주 오래된 노래의 제목을 우연히 튼 라디오의 디제이가 알려줄 때,...
우연히 나간 모임에서 꼭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나 오래 보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
인생은 잘 짜여진 장난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유, unlucky의 소개글에서>
여느 때처럼 아내와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던 날이었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 중 둘이었던 날보다 셋이었던 날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닫자, 깔깔깔 웃음이 나왔다. 그땐 생애 가장 당혹스러운 순간이었지만 지금 보니 엄청난 행운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래, 참 잘 짜여진 운명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