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사랑을 꿈꾼다

세 살 버릇 여든 가는 것처럼

by 식이타임

사랑에 빨리 눈떴다. 유치원 통학버스 안에선 좋아하는 아이가 내리고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둘 중 누구를 좋아해야 하는지' 배부른 고민을 하던 시절도 있었다. 친구들은 만화책을 보고 게임에 빠져들어 있을 때 나는 늘 사랑에 빠져있었다. '어떻게 고백하지?', '왜 이렇게 아프지?' 숱한 고민 중에서도 늘 사랑이 우선이었다.


친구들은 장기연애휴학생인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요즘은 뭐 없어?"

"이제 연애해야지! 주변에 좋은 사람 없어?"

"소개팅 안 했어?"


애써 답변하지만 감출 수 없는 당황스러움이 묻어난다. '연애 따윈 안 할 거야!'라며 핑계를 대고 싶지만 <멜로가 체질> 속 효봉이의 대사가 옆구리를 콕 쑤신다.

"사랑하지 않겠다는 말은 사랑을 잘하고 싶다는 말과도 같지"


어딘가 살아 숨쉬고 있을 그녀를 상상하며 어떤 사람이면 좋을지 노트에 적어본다. '꿈이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컷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이왕이면 예뻤으면 좋겠다(머쓱).' 등등. 그러다 결국 '그럼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며 얼굴이 붉어진다. 아직은 모든 것이 막연하다.


확실한 건 한 가지,


나는 늘 사랑을 꿈꾼다

<아인슈페너가 맛있는 카페의 무지개>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