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벌써 29개월이다. 29개월의 아이는 문장형으로 말을 한다. 마음만 먹으면 전력질주가 가능하다. 쉴 새 없이 달리는 모습을 보면 건전지 광고에서 봤던 에너자이저가 생각난다. 마트에 가면 본인이 원하는 과자를 고르기 위해 한참을 고민한다. 원하는 물건을 사려면 계산대 앞으로 가 신용카드를 내밀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요즘은 부쩍 고집이 세져서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싫어!!!”라고 외친다. “좋아.” 보다 “싫어.”를 훨씬 많이 한다. “태평아, 이빨 닦아야지~”하면 ‘아니에요~“라며 말대꾸를 하는 모습을 보면 기가 찬다.
아이가 살아온 만큼 나도 아빠로 살았다. 육아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는데 떼를 쓰며 매달리는 아들을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아이의 투정을 받아주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 나는 한 참 멀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도 아들의 똥고집과 울음소리에 애를 먹고 있는 아빠 중에 한 사람이지만 지금껏 육아를 하며 터득한 나름의 비법이 있다.
아이는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고 주문을 외운다. 하늘에서 아이를 보내주는 것은 인생에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날도 덥겠다 당장 들어가서 밥도 먹이고 시원한 곳에서 쉬고 싶은데 아이는 집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약속장소에 가기 위해 차를 타야 하는데 카시트를 거부한다. 잠잘 시간인데 자꾸 불을 켜라고 말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 변수를 맞이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가 내 마음처럼 따라주길 바라는 순간 녀석이 참 미워진다. 마음을 내려놓고 기다리다보면 순순히 내 말을 따라주는 순간이 있다. 그땐, 우리 아들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럽다.
정말 힘들 땐 미디어를 보여준다. 라디오에서 전현무가 수험생활을 계속 이어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청년에게 “힘들 땐 포기하는 것도 용기다.”라고 말해준 적이 있다. 댓글에는 어떻게 청춘에게 ’포기하는 게 용기‘라고 할 수 있냐는 비난이 이어졌지만 그중에 한 사람이 남긴 글이 인상 깊었다. “정말 포기하고 싶은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말해주는 것도 정답이다.”라고. 아이를 키워보기 전에는 식당에서 미디어를 보여주는 부모들이 무책임하게 느꼈다. 아니 웬걸, 키워보니 미디어 없으면 숨 쉴 틈, 밥 먹을 틈, 이야기할 틈이 없다. 너무 오랜 시간 보여주는 것은 독이겠지만 정말 힘겨울 땐 영상물을 활용하는 것도 육아라는 장거리 달리기를 완주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대망의 마지막 비법! 아내와 싸우지 않는 것이다. 아내와 싸운 날엔 집안에 침묵이 흐른다. 자연스레 태평이와의 대화도 줄어든다. 이 침묵의 시간이 얼마나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괴로운지 모른다. 집안의 고요함을 깨고자 되도록 빨리 아내에게 잘못을 사과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내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몸에 베여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언젠가 결혼을 앞둔 내게 친구가 미국의 속담을 알려줬다. ”Happy wife, Happy life.”라고. 아내가 웃고 있어야 아이도 웃고 나도 웃는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아빠의 육아는 한결 더 쉬워진다. 사실, 이것이 육아를 잘하기 위한 비법의 시작이자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