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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이타임 Mar 10. 2021

사주는 믿지 않기로 했다

충실한 하루를 믿을뿐이죠!

"이게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참고는 할 수 있는 거지!"


취미로 사주를 공부하는 아빠의 철학이다. 딱히 원한 건 아니지만 아빠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내 사주를 듣게 됐다. 제법 내공이 생기신 것 같다. 친구가 인터넷을 통해 알아봐 준 사주보다 디테일 한걸 보면.


나는 불같은 성격이라고 했다. 비유하자면 '라이터 불' 같아서 화가 나더라도 빠르게 가라앉는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댄다. 긍정적으로 표현하자면 태양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아무리 떨쳐내려고 해도 개운해지지 않는 내용도 있었다. 20대 후반까지 운세가 좋지 않다는 것. 살아오며 딱히 운이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그 말을 듣게 되니 괜스레 힘이 빠진다. 사주를 인생의 '참고사항' 정도로만 여길 만큼 깜냥이 안되나 보다.


알 수 없는 인생이라서 사주를 보는 것 같다.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지, 결혼은 언제 어떤 사람과 하게 될지 등등. 우리는 막연함 속에서 살아가는 날이 많다. 사주를 통해 약간의 호기심은 해소됐지만 인생을 이미 정해진 것처럼 생각하는 모습을 되돌아보며 반성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나는 이제 사주를 믿지 않겠어!!'


"미래를 알려거든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지금의 내 모습이 미래를 만드는 거지! 사주라고 해서 내 인생을 손바닥 보듯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미리 알고 있다고 해서 두려움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잖아?! '인생은 만들어가는 거야!'라고 막연한 미래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본다.


<달러구트 꿈백화점>엔 예지몽을 파는 웨더 아주머니가 등장한다. "작가로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냐."는 웨더 아주머니의 질문에 작가지망생인 손님은 "미래를 알 수 있는 꿈따윈 사지 않겠다."고 대답한다.


"유명 시나리오 작가가 될 수 있는지... 다들 최종 목적지를 궁금해하시던데 손님은 그렇지 않다는 말씀인가요?"

"목적지요? 사람은 최종 목적지만 보고 달리는 자율 주행 자동차 따위가 아니잖아요. 직접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고 가끔 브레이크를 걸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제 맛이죠. 유명 작가가 되는 게 전부가 아닌걸요. 전 시나리오를 쓰면서 사는 게 좋아요."


손님의 소신있는 대답이 내안에 숨쉬는 패기를 자극한다. 지금이 아니고서도 어려움은 늘 있겠지? 충실하게 살아가는 나날들이 쌓이면 원하던 미래는 자연스레 다가오지 않을까? 나는 충실한 하루를 믿어보기로 했다.


 늘 그래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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