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덕분에 성장합니다!
어느덧 군대에 온 지 19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학교에서 근무하다 늦깎이에 군대에 온 나는 공군 장교로 복무하고 있다. 국방의 의무라고 하지만 상쾌한 마음으로 군대에 오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나도 모르게 '다른 나라에 태어났다면 군대에 오지 않았겠지?'라는 실없는 상상을 펼치기도 한다. '짬'이라는 게 제법 찼으나 근거 없이 튀어나오는 '까라면 까야지.'라는 가치관과 부딪히곤 한다. 누군가에게 이유 없는 미움을 사는 일도 종종 있다. 이럴 때면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과 이곳에서 보는 어른들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혀엉~ 커피 한 잔???"
약자끼리 모이는 건 자연의 섭리였다. 나와 동기 녀석은 탕비실에 앉아 답답한 마음을 털어내기도 하고 마음을 콕 찌르던 말들을 쓴 커피와 함께 삼키기도 한다. 동기 녀석에겐 눈에 띄는 강점이 있는데 마음의 맷집이 세다는 점이다.
"형, 나는 어딜 가든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거든. 그래서 나는 나를 미워하는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아. 뭐 어쩔 건데!"
누군가의 미움에 한 줌의 타격도 받지 않는 녀석을 보며 생각했다. "그래, 뭐 어쩔 건데!" 나에게 정말 필요한 외침이었다. 마음 아픈 한마디에 하루 종일 괴로워했었는데, 이제는 나를 지키기 위해 "뭐 어쩔 건데!"라고 외치며 미운 시선 따위 가볍게 무시해버리자고 정했다.
손오공이 '초싸이어인'이 되는 때는 한껏 두들겨 맞았을 때인 것처럼 우리의 모습도 비슷하지 않을까? 비록 아픈 말들에 두들겨 맞는 하루였지만 지금이 가장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곳에서 미움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내 마음을 바닥까지 떨어지게 만드는 이들에게 당당히 외치고 싶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