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영화를 또 보는 이유
넷플릭스를 켜면 수많은 영화가 떠있다. 이상하다. 메뉴는 많은데 뭘 먹어야 할지 모르는 분식집처럼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 모르겠다. 겨우 하나를 선택해본다. 몇 분이 지나 감흥이 없다.
이럴 땐 본 영화를 또 본다.
고등학교 시절 인생영화는 '내 첫사랑을 너에게 바친다'였다. 심장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타쿠마와 사랑에 빠지기 충분한 마유의 이야기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나누는 두 사람의 사랑은 십대의 나를 감동시키기 충분했다. 타쿠마의 죽는 장면을 10번은 넘게 봤으나 매번 눈물을 찔끔 흘렸다.
성인이 되고 가장 임팩트 있었던 영화는 '너의 결혼식'이었다. 사랑을 얻기 위한 포기를 모르는 도전, 바닥이 어딘지 모르는 처절함이 마음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 앞에서 돌직구 같았고 찌질하기도 했으니까.
'너의 결혼식'을 다시 보는 진짜 묘미는 볼 때마다 떠올리는 사람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처음 볼 땐 어릴 적 첫사랑이 떠올랐고, 지금은 오랜 연애를 했던 사람이 생각난다. 들을 때마다 아려오는 부분이 다른 이별노래 같다.
그 밖에도 먼 훗날 우리,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등등 기분 따라 분위기 따라 본 영화를 또 본다. 이왕이면 사랑이야기가 좋다. 읽을수록 마음을 파고드는 문장처럼 영화도 볼수록 깊게 마음을 울린다.
사람도, 문장도, 영화도,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